‘시총 4배·이익 2배’ 성장의 4년…재무로 본 정의선의 현대차그룹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225.96%, 390.55%.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의 현대차와 기아차 시가총액 증가율이다.
13일 연합인포맥스가 현대차와 기아의 2020년 10월 이후 이달까지 시가총액 변동을 분석한 결과, 양사는 3~4배 안팎의 성장을 구가했다. 발행주식 수가 변함없는 상황에서 기업가치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의미다.
◇ 전화위복의 4년…주가 폭풍 성장의 배경은
드라마틱한 4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그룹 총수 역할을 맡게 된 정의선 회장의 어깨는 무거웠다.
반도체 공급난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업계의 겨울도 함께 왔다. 그 해 초 12만원대였던 현대차 주가는 불과 두 달 만에 8만원대로 내려앉는다. 시총 6조원 이상이 날아간 셈이다.
상황은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기아차 시가총액은 10조5천억원대. 전월보다 4조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연합인포맥스 제작
전대미문의 팬데믹에서 그간 집중하던 친환경차 역량이 빛났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나만의 공간', 즉 자동차를 찾게 되면서 수요가 회복됐다. 특히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과 맞물려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경쟁사들의 전기차 모델 출시도 오히려 호재가 됐다.
주가는 삽시간에 회복된다. 2022년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우상향 곡선은 지속 중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61조7천800억원, 기아는 51조7천억원에 이른다. 4년 만에 주가가 3~4배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아는 연초 시가총액 41조3천억원으로 형님 현대차의 시총 규모를 추월하기도 했다.
◇ 주가의 뿌리는 '실적'…제품군 다변화로 이익률 10% 달성
위기는 곧 기회가 됐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제품 믹스 개선과 지역별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영업이익률(ROE) 10%'에 안착하게 됐다.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 10.7%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 중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39조4천599억원과 14조9천59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에는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6조9천831억원이다.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 45억8천800만유로(약 6조7천935억)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고수익 차량 중심으로 판매 체질 개선에 성공을 거둔 결과"라며 "실제로 현대차의 올 상반기 판매 중 RV·제네시스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고, 기아도 같은 기간 주요 시장인 미국 내 RV 판매 비중이 78%에 달했다"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미국에서 올 상반기 6만1천88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 3만8천457대보다 60.9% 늘어난 규모다. 현지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두 자릿수로 뛰었고,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톱2'에 올랐다. 특히 말년 '팔로워'라는 이미지였던 기아차는 니로, EV6 등 전기차 선전과 디자인 개선 등으로 완전히 이미지 탈바꿈에 성공했다.
향후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2028년까지 현대차 133만대, 기아 8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 제공
이런 사업적·재무적 성과는 회사의 '신용도'로 직결됐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으로부터 일제히 신용등급 A등급을 획득했다. 신용등급 A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기아,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가 전부다.
등급 산정 당시 S&P는 "현대차·기아는 지난 2022년 글로벌 3위 완성차 업체로 올라섰으며, 2023년에는 북미에서 4위를 기록하는 등 주요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왔다"면서 "제품믹스를 소비자의 선호에 맞춰 SUV와 프리미엄 라인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밝혔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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