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지주사 전환①] 김호연 회장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수단

2024.12.0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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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지주사 전환①] 김호연 회장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수단

인적분할·현물출자 유상증자 등 거쳐 총수일가 지분율↑



김호연 빙그레 회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편집자주: 빙그레가 인적분할과 지주사 체제 전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빙그레가 자사주를 소각했음에도 전문가들은 여러 거버넌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빙그레 거버넌스 문제 등을 다룬 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빙그레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으로 김호연 빙그레 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손쉽게 확대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인적분할과 지주사 체제 전환과정에서 여러 거버넌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 "자사주 소각에도 거버넌스 문제는 남아 있어"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인적분할을 실시해 빙그레홀딩스(존속회사)와 빙그레(신설회사)로 나뉜다. 분할 기일은 내년 5월 1일이다.

빙그레는 분할기일 전에 별도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사주 전량을 소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말 보통주 기준 빙그레 자사주는 100만9천440주다. 유통주식수는 884만1천801주다.

이에 따라 '자사주 마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기업 인적분할 이후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에 신설회사 주식을 배정하면 자사주 의결권이 생긴다. 이를 자사주 마법이라고 부른다.

빙그레가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한 건 정부 조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앞서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제한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빙그레의 인적분할 발표를 두고 전문가들은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했다.

인적분할과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김호연 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손쉽게 확대되는 탓이다. 반면 이를 견제할 일반주주 힘은 약화될 수 있다.

김호연 회장은 고(故) 김종희 한화 창업주의 차남이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향후 빙그레가 인적분할로 빙그레홀딩스와 빙그레로 나뉘면 기존 빙그레 주주는 지분율만큼 빙그레홀딩스와 빙그레 지분을 보유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빙그레 주요 주주는 김호연 회장(36.75%), 김구재단(2.03%), 물류회사 제때(1.99%), 현담문고(0.13%) 등이다. 이들 지분을 합하면 40.89%다.

빙그레 인적분할 후 빙그레홀딩스는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호연 회장 등 총수일가가 빙그레홀딩스의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김호연 회장 등 총수일가의 빙그레 지분은 빙그레홀딩스 주식으로 바뀐다.



◇ "소액주주, 현물출자 유상증자 참여 꺼려…지배주주 지배력 확대"

빙그레 일반주주도 빙그레홀딩스의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작년 말 주주명부 기준 소액주주 지분율은 41.97%다.

하지만 통상 소액주주는 지주사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걸 꺼린다. 사업회사 지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빙그레홀딩스의 현물출자 유상증자 이후 김호연 회장 등 총수일가의 빙그레홀딩스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

과거 여러 기업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을 때도 총수일가의 지주사 지배력이 굳건해졌다.

일례로 현대그린푸드는 2022년 9월 현대지에프홀딩스(존속회사)와 현대그린푸드(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현대지에프홀딩스는 2023년 7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런 과정 등을 거쳐 현대백화점그룹 총수일가는 지배력을 확대했다.

2022년 상반기 말 기준 현대그린푸드 지분율은 정교선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회장 23.8%,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12.7%,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 1.9%다. 총 38.4%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지에프홀딩스(구 현대그린푸드) 지분율은 정지선 회장 38.1%, 정교선 회장 28.0%, 정몽근 명예회장 8.0%다. 총 74.1%다.

향후에도 지주사 체제에서 재벌 총수일가는 지배력을 확대하기 용이하다. 빙그레를 두 회사로 쪼갰기 때문이다.

또 모회사와 자회사가 중복 상장하면 모회사인 지주사 주가는 할인 거래된다. 지주사 체제가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이유다.

한 거버넌스 전문가는 "기업이 인적분할과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할 때 그 목적으로 경영안정성 증대, 성장잠재력 극대화,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 등을 내세운다"며 "하지만 실제로 인적분할과 지주사 체제 전환 등으로 총수일가는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빙그레 사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빙그레 관계자는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는 모든 주주에게 동일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며 "주주 선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빙그레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36.75%로 높은 수준"이라며 "추가로 지분율 상승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 필요한 절차"라며 "대주주의 빙그레홀딩스 지배력과 빙그레홀딩스의 빙그레 지배력은 주주 선택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빙그레에 관한 간접지배력을 고려할 때 대주주 지배력이 분할 전보다 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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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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