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사람들] '금리 족집게 전망' 이재형 유안타證 연구원
"올해 한은 금리인하 1회 내외…2월 인하 가능성 커"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수십 년간 시장을 지켜본 전문가여도 기준금리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대외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그렇다.
3년간 금리동결을 유지해 온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한 지난해에는 시장 전망의 난도가 한층 올라갔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네 차례 금리 결정 중 세 차례나 정확히 예측해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 최근 금통위 4회 중 3회 '족집게 전망'
이재형 유안타증권 채권분석팀 연구원은 1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통상 대내외 경제여건과 금융시장 환경에 따라 시중금리가 움직이고 시중금리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가 결정된다"며 "시중금리가 먼저 하락하면 정책금리 인하 전망이, 시중금리 상승 시에는 인상 기대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금리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반응이나 한은의 통화정책 강도, 방향성도 모두 따져봐야 한다"며 "올해 1월의 경우 연초부터 단기금리가 크게 하락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졌지만, 금리에 비해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갔고 환율변수를 고려해 금리동결 가능성을 점쳤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2001년 LG선물에 입사해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디딘 후 2004년 삼성선물, 2006년 동양선물을 거쳐 2009년 유안타증권(당시 동양증권)에 합류했다. 20년 넘게 국내외 통화정책과 채권 시장을 지켜본 그는 지난해 기준금리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8·10·11월, 올해 1월까지 네 차례 금통위 가운데 '깜짝 인하' 결정이 나온 11월을 제외한 세 차례 금통위 결과를 모두 맞혔다. 연합인포맥스 설문에 응한 기관 15곳 중 유안타증권과 KB국민은행의 적중률이 가장 높았다.
금통위는 2023년 2월부터 13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10월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하하며 2021년 8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는 시장의 동결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p 더 낮췄고 1월에는 동결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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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달리 한은은 가이던스가 없을뿐더러 대외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사전에 정책방향을 표명하기 어렵다"며 "다른 주요국보다 한은의 기준금리 예측이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대내외적으로 긴축이 필요한 경제상황일 때 연준이 긴축으로 정책방향을 제시해 효과가 나타나고 그 영향이 국내에 선반영되면, 한은은 긴축보다는 오히려 완화적 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통화정책 메커니즘이 달라져 교과서에서 배우던 정책 원리는 더 이상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중앙은행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과거에는 은행 시스템을 이용했다고 하면, 헤지펀드 규모가 커진 요즘에는 단기자금 시장 환경이 달라져 은행 시스템에만 의지할 수 없게 됐다"며 "금리는 실물경제의 현상을 반영하는 변수로, 실질금리와 물가 요인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동성 문제없어…한은, 올해 1회 내외 금리인하할 것"
지난해 말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는 등 크게 출렁였다. 이 연구원은 작년 말 겪은 충격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유동성 문제는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벤트 자체보다는 이벤트에 따른 유동성 경색이 있느냐가 중요한데, 현재로선 금융기관의 유동성 문제는 감지되지 않는다"며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지금은 위험하다고 평가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는 2월25일 예정된 금통위에선 0.25%p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금리안정보다는 대외자금 흐름에 따라 정책기조가 변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올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1회 내외로 그칠 수 있다"며 "2월 금통위에선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2월 말까지 10조원 넘는 자금을 공급 중인 것으로 미뤄볼 때 최근 환율상승은 달러 공급보다는 원화 공급 확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지속한다면 원화 공급 강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이 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국채발행 확대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관련한 정책적 불확실성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연구원은 "국채는 이미 예전부터 공급이 확대됐고 시장에서 소화된 부분이 있어 국채 공급량 자체가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정부 적자가 누증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올해 특별히 추경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국채 공급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 "美 시장 유동성 풍부…금리인하 유인 낮아"
이 연구원은 올해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유인도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를 따져보면 물가 하향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정책금리의 역할을 고려할 때 경기부양을 이유로 금리인하 필요성도 낮은 편이고 이미 시중에 풍부한 자금이 공급돼 있어 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시중 유동성 공급 강도를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정책금리 인하는 단기자금 시장에 변화를 줘 변동성을 확대할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책금리보다는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등을 통해 시중 유동성의 실질적인 공급 강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에 대해 고율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선 "상품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후 수요가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기대물가 자극으로 명목 장기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실질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완화하고 반대의 경우 디플레이션, 신용위험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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