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관리서 손 뗐다"…SK해운 인수에 선 긋는 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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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HMM[011200]이 SK해운의 일부 사업부와 선박 인수를 위해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번 인수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2대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단독 결정이란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끈다.
SK해운 인수로 HMM의 몸값이 오르게 되면 향후 지분 매각 작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한앤컴퍼니가 추진 중인 SK해운 매각 작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까지 실사를 마무리하고 인수 방식과 가격 등에 대해 최종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HMM은 SK해운의 원유 탱커선과 벌크(정기선·부정기선) 부문 등 일부 사업과 선박 인수에 역량을 모으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매출의 86% 이상을 차지하는 컨테이너 부문 외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HMM의 실사 이후 양측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최종적으로 체결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SK해운 가격인 4조원과 HMM 측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2조원대)간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높은 운임과 해운업 호황에 최근 3년간 중고 유조선과 벌크선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상황도 HMM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산은(33.74%)과 해진공(33.32%)의 HMM 합산 지분율은 67.06%로, 채권단 관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회사가 운영되는 상황이라 인수가격을 놓고 매각자 측과 이견을 좁히기 힘들 것이란 해석이다.
무엇보다 산은과 해진공 등 채권단이 HMM 경영권 매각을 재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합병(M&A)을 지켜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HMM은 지난해 초 하림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6조원대에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거래가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SK해운 인수로 HMM의 기업가치가 더 높아지면 인수를 희망하는 원매자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
실제로 산은 측은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HMM 관리 주체가 산은과 해진공의 공동 관리에서 지난 2022년 해진공 단독 관리 체제로 변경됐다"며 "거래에 관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도 "SK해운 인수를 놓고 공적자금 회수를 원하는 산은과 해운산업의 발전을 우선하는 해진공 사이에 의견 차이가 여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경영권 매각을 해야 하는 산은 입장에서는 HMM 몸값이 더 오르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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