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헌의 투자보국] 글로벌 자산운용 트렌드와 시사점

2025.02.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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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헌의 투자보국] 글로벌 자산운용 트렌드와 시사점



한국 펀드시장은 1974년 국내 최초의 자산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의 설립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 50년이 지나 2024년 1천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연금 자산의 증가율이 세계 3위를 기록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글로벌 자산운용 트렌드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도출하여 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국내 펀드시장은 국내 채권형 펀드, 특히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가 높은 성장세를 시현했다. 해외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도 성장세를 회복했다. 연금 자산의 증가세에 힘입어 연금펀드, 배당주펀드 등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2025년에도 지난해의 추세가 지속되면서 ETF의 성장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사모펀드는 부동산 자산의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제한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ETF 주도 성장, 기관투자자 중심의 자산 증가 등으로 자산운용사의 수익성은 열악한 실정이다.

글로벌 전통 자산 운용사도 전반적으로 수익성 정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형태로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몇 가지 트렌드를 정리해본다. 첫째, 통합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연금 자산의 운용에서 뚜렷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품설계, 자산운용, 판매, 자문, 사후 서비스, 리스크 관리 등 전 분야에서 투자자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전사적인 차원에서 목표를 통합하여 관리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둘째, 사모와 공모펀드의 영역이 혼합되고 있다. 운용사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수수료 수준에서 높은 위험조정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상장 및 비상장 자산을 혼합하여 공모와 사모펀드 시장이 통합되어 가고 있다. 개인 고액 자산가의 사모펀드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사모 개방형펀드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어 출시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전통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은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여 최근 사모신용, 인프라 등 사모펀드 운용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셋째, 보험사의 사모펀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보험사는 보수적인 자산운용 전략으로 주로 장기채권 투자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보험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모신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보험은 나라마다 규제가 상이한데, 장기간 저금리를 경험한 미국 보험사는 사모신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연금보험에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 데이터 센터, 에너지 전환 등 장기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장기 자금을 제공하여 보험자산 운용에 획기적인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넷째, 계량분석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액티브 운용사들은 수익률이 장기간 벤치마크를 하회하여 기본적인 분석을 보완하는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대규모 시스템 투자로 투자역량을 강화하여 계량분석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이미 AI 모델 기반 투자를 실전에 활용하여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어서 운용사의 역량이 AI 활용 능력에 좌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섯째, 채권 운용에 바벨 전략이 도입되고 있다. 원래 채권 운용에서 바벨 전략은 중기채권을 제외하고 보수적인 단기채권과 공격적인 장기채권을 혼합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채권투자금의 흐름에 다른 형태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은 패시브 펀드, ETF투자로 벤치마크를 저비용으로 달성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모신용, 헤지펀드 등 특화된 전략의 사모펀드에 투자하여 수익률을 제고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전통 자산 운용사와 사모펀드 운용사의 협업이 증가하면서 보험사 채권 운용의 상당 부분이 바벨전략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자산운용산업은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과 대체투자 자산의 통합, 상장 및 비상장 자산의 통합 등으로 투자자의 수익률 목표 달성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조직, 규제, 자산운용, 경영 등 모든 부분에서 상당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규제가 대체로 운용사별, 자산별, 상장 유무 등에 따라 개별적인 실정이라 혹시 산업의 장기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자산운용산업의 동북아 금융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를 수차례 추진했으나 별로 진전은 없는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글로벌 추세에 부합하도록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급증하는 연금자산 투자자에게 적절한 투자처와 성과를 제공해야 한다.

일반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는 유효해 보이나,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관 전용 사모펀드에 일반투자자와 전문개인투자자도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 기관 전용 사모펀드는 장기간 기관투자자가 투자하여 성과가 상당 부분 입증된 펀드다. 역설적으로 성과가 입증된 펀드에 보호가 필요한 투자자는 허용되지 않는 현실이다. 현재 우수한 해외 사모펀드는 국내 재간접펀드를 통해 일반투자자에게 판매가 가능하여 규제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시장의 역동적인 변화를 고려하여 글로벌 자산운용 트렌드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규제를 통해 질적 성장도 강화되는 한국 자산운용산업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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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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