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기 애쓴 이창용…상반기 추가 인하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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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까지 낮춘 가운데 상반기 중에 추가 인하가 가능할 것인지를 두고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다수의 금융통화위원이 향후 3개월 동안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표하면서, 금통위의 의중은 상반기 중에는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데 무게추가 기울었다.
하지만, 1.5%까지 대폭 낮아진 올해 성장 등을 고려하면 빠른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이창용 총재도 상반기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커뮤니케이션은 선보이지 않았다.
결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 여부가 한은의 상반기 중 추가 인하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매와 비둘기 균형 애쓴 2월의 이창용
26일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창용 총재를 비롯한 한은이 전일 열린 금통위에서 매와 비둘기 사이 균형을 잡으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했다.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꺾지 않으면서도,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신호를 주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은의 커뮤니케이션 곳곳에서 매파적인 요소와 비둘기파적인 요인이 뒤섞였다.
우선 만장일치 금리 인하와 1.5%까지 낮춘 올해 성장률은 비둘기파적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4명의 금통위원이 향후 3개월간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표하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그동안 인하의 영향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점은 예상보다는 매파적인 요인이다.
이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도 매와 비둘기 사이를 오갔다.
이 총재는 이례적으로 경제 전망에 2~3차례의 금리 인하를 가정했다는 점을 명시하면서, 이는 시장의 기대와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리가 추가로 한 두 번 더 인하되기는 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또 기준금리 2.75%가 여전히 다소 제약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금통위원 4명이 3개월 내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것과 관련해서도 이 총재는 조건부인 점을 강조하면서 파장 차단에 나섰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여력에 대한 우려에 따라 인하 시기에 대해서 의견을 달리했지만, 여섯 분 모두 인하 국면에 있으며 데이터를 보며 시점을 결정해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면서 "또 3개월 전망은 항상 경제 조건에 대한 조건부 의견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한계를 강조한 점은 매파적인 부분이다. 이 총재는 올해 1.5% 이하로 성장이 더 악화하면 예상보다 더 많은 금리 인하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재정정책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내년 1.8% 성장도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면서, 통화정책을 통한 인위적 부양 필요성은 부정했다.
이 총재는 또 1%대 초반 등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매우 낮게 제시하는 일부 기관의 경우 미국 관세 시행 시기를 과도하게 일찍 가정하는 등의 허점이 있다면서, 1.5% 전망은 상·하방 리스크가 균형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가 외환시장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드러냈다.
◇시장 반응도 엇갈려…연준 행보가 관건
한은의 메시지가 혼재된 만큼 시장의 반응도 엇갈렸다.
상반기 중인 5월 인하가 여전히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여전하다. 우리 경제가 한은이 전망한 1.5% 성장도 위태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박석길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연간 성장률이 1.2%를 기록할 것으로 보면, GDP갭이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이런 점이 통화정책을 다소 제약적인 현재 수준에서 다소 완화적인 수준으로 이끌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총재가 최종 금리가 2.25%~2.5% 수준으로 가정한다고 밝혔지만, 우리는 여전히 최종금리가 중립금리의 하한인 2.0%까지 내릴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 5월과 8월, 11월에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의 손범기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중립적인 가이던스를 내놨다"면서 "금융시장 여건을 완화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하 기대를 유지하면서 향후 정책의 유연성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5월과 10월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면서 "5월 인하 이후 중립에 다가서는 만큼 한은이 더욱 지표 의존적으로 변하겠지만, 하반기 지속적인 경기 하방 위험이 추가 한 번의 금리 인하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2분기를 건너뛰고 3분기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나왔다.
BNP파리바의 윤지호 이코노미스트는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기조 유지를 밝히면서도, 차기 인하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균형 잡힌 스탠스를 보였다"면서 "5월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만,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가 내수 우려보다 클 경우 대신 3분기에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4명의 금통위원이 정책 여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만큼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여부가 한은의 행보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시각도 강화됐다.
메리츠증권의 윤여삼 연구원은 "올해 2.25%까지 인하될 것이란 전망을 유지하지만, 2분기 유력하게 검토한 5월은 인하는 추경 실시와 미국 통화완화 기대가 살아나는 강도에 따라 이연될 가능성 존재한다"면서 "5월에 인하가 단행될 수 있을지는 4월까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한은 총재도 강조했지만, 추경 실시로 경기 상방 위험이 발생할 경우 금리인하에 따른 환율과 부동산 측면의 금융안정에 대해서도 위험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통화완화 기대가 적어도 올해 2번 이상 인하 기대로 확대되어야 한국은 2.25%까지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는 배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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