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철 LG전자 HS부문 사장 "경쟁 비용 증가 대비…실탄 더 확보할 것"
美 소비심리 둔화 대응 전략…"B2C 감소해도 B2B에서 만회 가능"
관세 정책 관해선 "시나리오별 플레이북 구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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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 "미국인들의 인플레이션 심리는 관세 뉴스 등을 고려하면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 같고 실제 가격 인상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도 우리가 생각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를 대비해 영향을 더 적게 받도록 실탄을 좀 더 손에 쥐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DCW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시장 내 성장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다
LG전자의 가전솔루션(HS) 사업본부장인 류재철 사장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디자인·건축 박람회 'DCW 2025'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의 소비심리가 둔화하는 흐름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와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2월치는 모두 전월 대비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1년 기대인플레이션도 2월 들어 전월 대비 1%포인트나 급등하며 4.3%까지 뛰었다.
류 사장은 최근 미국 소비자심리지수가 급락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는 상황에 대해 "시장이 그렇게 되면 경쟁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라며 "경쟁 비용에 대응해서 실탄을 미리 좀 더 준비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B2C(소비자 상대) 시장에서 악화할 수 있는 부분은 아직 우리의 시장 지위는 좀 낮으나 성장 잠재력이 큰 B2B(기업 상대) 시장에서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며 B2B 시장에선 점유율을 늘릴 일만 남았기 때문에 "우리가 1위를 하고 있는 B2C 시장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미국 빌트인 가전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하려는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LG전자가 이번 'DCW 2025'에 참석한 것은 소비자 뿐만 아니라 미국 건축 업계에도 최신 생활가전 기술을 알리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DCW'는 미국주방욕실협회(NKBA)가 주최하는 주방·욕실 전시회 'KBIS(TheKitchen & Bath Industry Show)'와 전미주택건설협회(NAHB)가 주최하는 국제 건축 전시회 'IBS(International Builders' Show)'를 일컫는 통합 전시다.
'KBIS 2025'에서 LG전자 전시관에 관람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류 사장은 "B2C 생활 가전 부문에서는 우리가 이미 세계 1위지만 B2B 부문에서는 GE(제네럴일렉트로닉)와 월풀이 시장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2027년까지 B2B에서 톱3에 진입하는 목표는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류 사장은 미국 B2B 부문에서도 '하방전개'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하방전개는 고급 시장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뒤 대중 시장으로 저변을 넓혀나가는 확장 전략이다.
그는 "우리가 항상 '위에서 밑으로' 전략을 고수해왔던 것은 멀리 달려야 하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브랜딩을 먼저 하고 그 다음 제품을 하방 전개하는 것이 주효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고급 빌트인 가전 시장은 울프가 장악하고 있다. LG전자는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최고급 제품군인 '시그니처'를 'SKS(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로 바꾸며 이번 전시회에서도 최전선에 배치했다.
류 사장은 "미국 빌더(주택 및 상업용 건설업체)를 상대할 때 제품 단위가 아니라 종합 솔루션 단위로 공급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했다"며 "이번 전시회는 그런 부분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미국 빌더 시장은 미국 생활가전 시장의 약 2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LG전자는 작년 기준 빌더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64% 급성장했다.
류 사장은 LG전자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얻는 데 안정적인 고품질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LG전자에 따르면 대표적인 미국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 조사에서 LG전자는 6년 연속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전제품 브랜드' 1위를 기록했다. 고급 제품군인 SKS 라인업도 6위에 올랐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에서 부동산중개인이 집을 소개할 때 '이 집 가전은 LG 제품'이라는 점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만큼 프리미엄 이미지가 구축돼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류 사장은 "세계 최대 고급 가전시장인 미국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B2B·고효율·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LG전자는 현재 미국에서 명실상부한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류 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행하는 관세 정책에 대해선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갖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전략상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류 사장은 "전사 차원에서 플레이북(playbook)을 준비하고 있다"며 "관세 정책의 예상 시나리오별로 대응 전략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관세 문제와 관련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절대적 영향보다는 상대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류 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내가 불리해지더라도 경쟁사보다 피해가 작으면 할 만하고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는 게 사업"이라며 "관세 정책이 어떻게 되든 우리가 가장 유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사장은 "지금 시대는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며 "리스크도 불확실한 부분도 많지만 잘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마무리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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