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사회 구성원 '동질화'가 문제다

2025.02.2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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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사회 구성원 '동질화'가 문제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이사회 구성원의 이질화로 인해 이사들의 당파적 행동에 따른 경영 효율성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론도 존재합니다."

다음 달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캠페인의 타깃이 된 코웨이[021240]는 최근 공시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에서 이렇게 밝혔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제안한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특정 주주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집중투표제란 주식 1주당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일반주주를 대표하는 이사의 선임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다.

코웨이는 상장사다. 최대주주인 넷마블[251270]의 지분율은 25%이며, 소액주주가 보유한 몫은 57%(지난해 말 기준)를 넘어간다.

상장사에 출자한 수많은 주주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수십 년간 지분을 팔 생각이 없는 지배주주도 있고, 그만큼은 아니지만 장기 투자하는 기관도 있다. 오전에 사서 오후에 파는 사람도 틀림없는 주주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단일하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모두가 주주가치 제고를 원하지만, 구체적인 사안별로는 각자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실상이 이런데 이사회의 이질화를 우려한다는 말은 과장을 조금 보태 '앞으로도 지배주주 위주로 일사불란하게 이사회를 운영할 예정'이라는 다짐으로 해석된다.

이사회 구성원이 동질화하면 집단사고(groupthink)로 인한 문제도 발생한다.

집단사고란 조직 구성원의 비판이 결여돼 결국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비슷한 결의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에서는 특정 결론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

회사의 전략을 수립하고 경영 성과를 감독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집단사고에 빠지는 것만큼 큰 위험은 없다.

사실 지배주주에 비판적인 이사가 있어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 이사회 내에서 다대일의 구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결의의 방향성을 바꾸기는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최근 국내 정치 위기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승자 독식 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늘날 한국 자본주의도 비슷하다. 지배주주는 이사회에서 과대대표되고, 일반주주는 과소대표된다. 사실상 '지배주주 독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 구성원의 이질화를 우려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이사회 이질화보다는 동질화가 더 큰 문제다.

단일대오의 이사회를 원한다면 시장에 풀린 주식 전체를 사들여 상장 폐지하는 것이 옳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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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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