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부담 상쇄하는 수급의 힘…크레디트 호조 지속
탄탄한 수요에 강세 연장…종목별 차별화는 뚜렷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크레디트 시장의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 수준 탓에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으나 풍부한 시장 유동성이 기업들의 조달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롯데카드 대출 부실과 건설사들의 기업회생이 이어지는 등 각종 이벤트 발생 속에서도 크레디트물 매수를 위한 기관들의 움직임이 치열한 실정이다.
◇'AAA' 공사채부터 A급 회사채까지 완판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일 'AAA' 한국주택금융공사와 한국도로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 한국동서발전 등은 채권 발행을 위한 입찰을 통해 투자 수요를 확보했다.
주택금융공사는 4년물 1천억원을 동일 만기 민평보다 1bp 낮게 찍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 4년물 스프레드는 동일 만기 국고채와의 격차가 11.3bp 수준까지 좁혀진 데다 응찰 규모 역시 발행액과 동일한 1천억원 규모였으나 민평보다 낮은 금리를 보였다.
경기주택도시공사도 2년물과 5년물 총 2천400억원을 입찰 전일 기준 동일 만기 민평금리 보다 낮게 찍었다. 한국동서발전의 경우 2년물(1천700억원)과 3년물(600억원)은 민평 대비 낮은 수준을, 5년물(400억원)은 다소 높은 수준을 형성했다.
한국도로공사는 3년물(900억원)은 동일 만기 민평 대비 4bp 높은 수준을 보였다. 5년물(1천억원)은 민평과 동일한 수준이다.
같은날 농금채 역시 모집 방식으로 3년물 1천억원을 2.840%에 발행했다. 동일 만기 민평보다 1.5bp 낮았다.
지난 2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금리 부담이 더욱 심화했으나 크레디트는 발행 시장은 여전히 일부 강세를 드러냈다.
A 업계 관계자는 "국고 금리가 더 낮아질 여력이 많지 않다 보니 크레디트물이 따라가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가격을 생각하면 물량을 담기 어려운 상태지만 금리 인하 기조와 매번 진행되는 RP 매입 등으로 시장 내 자금이 풍부해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종목별 차별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B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공사채 내에서도 무조건적인 매수보다는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의 채권을 사려는 분위기"라며 "정부보증이나 정부 보전 종목은 은행권 수요로 상대적으로 투심이 나을 듯하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의 차별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전일 'AA+' SK와 'A+' 하이트진로는 모두 수요예측에서 조단위 수요를 확보했다. 모집액 기준 동일 만기 민평보다 낮은 금리를 형성해 강세를 드러내기도 했다.
'AA-' 롯데물산과 'A+' 한화리츠는 완판에는 성공했지만, 가산금리(스프레드)가 동일 만기 민평보다 높거나 같았다.
반면 'BBB' 두산퓨얼셀은 2년물이 일부 미매각 됐다. 3년물은 투자 수요는 확보와 더불어 강세를 보였다.
C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의 경우 1월 대비 좋은 편은 아니지만 증권사 캡티브 수요 등을 바탕으로 비교적 견조하다"며 "다만 금리가 낮아졌음에도 경기침체 등으로 장기물 조달까진 아직 활발하지 않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펀더멘탈 부담 거뜬…금리 방향성 촉각
일부 업종 혹은 기업을 중심으로 불안감을 높이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크레디트 시장 내 우려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중소형 건설사들의 기업회생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롯데카드의 대출 부실 이슈 등이 불거졌으나 기관들의 크레디트물 매수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부도는 채권시장에 영향이 없는 회사들이고, 롯데카드 역시 사실상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보니 크레디트물 매수세를 제약하진 않는 분위기"라며 "롯데카드의 경우 저렴하게 나온 물량은 소화도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석유화학과 건설업 등 일부 업종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금리 방향성과 시장 불확실성은 변수다. 관련 업계에서는 5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살피면서 향후 안착할 기준금리 레벨 등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탄핵 및 조기 대선 이슈 등 시장 변동성을 높일 요인은 부담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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