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덱스 급락에도 원화 강세폭 미미한 이유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글로벌 달러 가치가 최근 급락세를 보였음에도 원화 가치의 상승폭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로화 강세와 미국 예외주의 소멸,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관세 정책에 달러 인덱스는 4개월여 만의 최저치인 104선까지 내렸으나 달러-원 환율은 1,430~1,460원 사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강세를 보이는 유로화와 엔화 등은 강세 포인트가 확실하지만, 원화는 이렇다 할 강세 재료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원화는 '관세'에 매우 민감한 통화라는 점이 달러-원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7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는 지난 1월 13일 110.178까지 올랐다가 최근 104선 초반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달러-원은 1,470원에서 이날 기준 1,445원을 나타냈다.
달러 인덱스는 5% 넘게 떨어졌지만, 달러-원 상승률은 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초 기준으로 보면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1.8% 올랐다. 같은 기간 유로화는 4.3%, 엔화는 6.7% 올랐다.
역외 위안화는 1.24% 상승에 그쳤다.
◇ 원화 최대 악재는 '관세'
시장에서는 달러화 약세에도 원화가 힘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관세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글로벌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는 상황이 원화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의회 연설에서 우리나라를 꼬집어 미국보다 4배 많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백석현 연구원은 "원화가 강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세"라면서 "관세는 결국 보복관세를 부르지만 우리나라는 시장이 작기 때문에 보복관세의 효과가 작고, 무역의존도가 높아 다른 나라보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에 대해 "아시아 역내 선진국과 신흥국 중에서 대무 무역흑자가 큰 국가로 미국의 관세 부과 위험에 크게 노출된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10% 상호관세 부과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측면에서 0.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주가지수는 기업수익 하락, 밸류에이션 변경 등으로 10% 하락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씨티는 중국에 20%,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연합(EU)에 25% 관세 부과시 우리나라 GDP에 1년간 0.065% 마이너스가 예상되고,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는 -0.019%, 자동차·반도체·의약품 25% 부과는 -0.203% 영향을 예상했다.
또한 수입 모두에 10.79% 상호 관세 때에는 -0.206% 효과를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은 최근 내수 부진과 함께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도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씨티는 올해 한국 GDP 전망치를 1.4%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1분기에 정치 교착과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 및 경기 부양 제한으로 수요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회복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 역시 금년 GDP 전망치를 1.7%에서 1.5%로 낮췄다. 올해 5월과 7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면서도 4월 인하 가능성도 30%로 작지 않다고 평가했다.
◇ 차별화하는 유로존과 일본
최근 글로벌 달러 약세를 추동하는 가장 큰 요인은 유로화와 엔화의 강세다.
지난 1월 13일 1.01770달러까지 밀렸던 유로화는 이날 1.08달러를 상회하며 급격한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 비슷한 시기 엔화는 159엔에 육박했던 수준에서 147엔 중반대까지 내려왔다.
원화에 특별한 호재가 없는 것과 달리 유로존과 일본은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로존에서는 특히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 발표되면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유력한 차기 총리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는 향후 10년간 5천억유로 규모의 인프라 투자 특별기금을 편성하기로 했다. GDP의 1%를 초과하는 국방비 지출을 부채 브레이크에서 면제했고, 지방정부 재정준칙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내용을 담았다.
이같은 소식에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5일 2.793%로 30bp 급등했고, 같은 날 독일 주가 역시 3.4% 올랐다.
독일의 경기 부양으로 인해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폭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실제로 전날 금리 인하 일시 중단 가능성을 내비치며 매파적 스탠스를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독일 국채 금리가 100bp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며, 이렇게 되면 유로화 강세, 달러화 약세 분위기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전날 1.5%를 웃돌아 200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 2월 일본의 헤드라인 물가지수는 전년비 4.0%, 전월비 0.5% 올랐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비 3.2% 오르며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0.5%까지 올렸지만, 물가가 계속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인상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백 연구원은 "원화가 달러 인덱스 흐름을 따라는 가겠지만 다른 통화보다는 더디게 가면서 답답한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면서 "원화 자체의 호재는 나올 게 없지만 유로화가 1.10달러까지는 갈 것으로 보이고, 위안화나 엔화가 조금 힘을 낸다면 1,400원 초반까지도 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smjeong@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