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車관세] 현대차·기아에 가려질라…'문제는 중소기업'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윤은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달 2일로 잡은 '해방의 날'을 순조롭게 준비 중이다. 관세가 미국에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으로, 철강·알루미늄처럼 자동차에도 25% 관세를 예고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대미 수출 경쟁력은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래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현대차 그룹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늘에 가려진 중소기업을 살피고, 자동차 산업을 지렛대 삼아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정부의 협상·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진단됐다.
2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국내 완성차 수출액은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부품 수출액은 11.1% 줄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해외에서 전반적으로 침체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여기에 추가 우려가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산 자동차 및 핵심부품에 대해 4월 초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당장 관련 수출이 줄어드는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할 처지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미 수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제 미국 소비자들은 제품이 뛰어나거나 대체제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조금 더 저렴해진 자동차들을 찾을 것이고, 우리에게는 조금 위기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 자동차 업체의 생산 대비 수출 비중은 67%에 달한다"며 "대미 수출 대수는 전체 생산 중에선 35%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한국 자동차 업체의 평균 수출가격이 2만3천달러이고, 25%의 관세가 판매 가격으로 전가되지 못하고 전액 비용으로 흡수하면 대당 800만원의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면서 "부품사 역시 핵심 부품의 경우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관세 부과가 안 되더라도 수출이 줄 경우 당연히 납품 물량이 줄어들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도 현대차 그룹에 대한 전망은 비관적이지 않은 편이다. 전 세계적인 지역 판매 포트폴리오에 미국 현지 생산까지 착실히 준비해서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책임연구원은 "현대차는 올해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 EV 2개 차종만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총 생산능력을 50만대로 높이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며 "2028년까지 미국 내 자동차 생산 관련해서만 86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M(제네럴모터스)은 연간 117만대, 포드는 연간 40만대가량의 미국 밖에서 수입해오는 만큼,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가 미국 완성차 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품목 관세이기에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맞을지언정 당장 국내 자동차 산업이 가격 경쟁력 등을 크게 잃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결국 시선은 중소기업으로 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 그룹은 트럼프 관세 파도를 버틸 만큼 체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사실상 자구책을 마련할 대책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 관세에 대응해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 생태계 전반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을 해줘야 한다"며 "미국에서 애초에 차 관세 부과를 추진했다가 미국 기업 압박에 미뤘던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협상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 협상 카드를 내민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자동차만 볼 게 아니고 이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큰 그림에서 패키지로 중소기업과 산업 경쟁력을 정부가 살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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