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부터 정책주까지…무역 분쟁 우려에도 정치 테마주 '上上上'
美 관세·무역분쟁 우려 속 '이상 급등'…펀더멘털 무관 투자 주의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미국발(發) 관세 폭탄 우려와 글로벌 무역 분쟁 가능성이 고조되는 불안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국내 증시에서는 '정치 테마주'가 아랑곳하지 않고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정치인의 개인적인 인맥이나 출신 지역 등 막연한 연결고리부터 특정 정책 추진에 따른 수혜 기대감까지 다양한 이유로 묶인 종목들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펀더멘털)와 무관하게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코스피, 김문수·행정수도 이전·美 관세 반사수혜 '들썩'
8일 코스피 시장에서는 대영포장, 사조씨푸드, 계룡건설이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골판지 원단 및 상자 전문업체인 대영포장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유니버셜스튜디오 코리아 사업부지 인근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김문수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날 김 장관이 대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주가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의 사의 표명 소식은 코스닥 시장의 세원물산 주가도 상한가로 밀어 올렸다. 세원물산은 김 장관의 고향인 경북 영천에 있다는 이유로 관련주로 분류됐다.
사조씨푸드는 미국의 중국산 김·수산물에 대한 54% 추가 관세 부과 결정에 따른 반사 수혜 기대감으로 상한가에 도달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미국의 관세 조치로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김, 오징어, 굴(가공) 등을 한국산이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계룡건설은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추진했다 무산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다시 추진한다는 소식에 급등했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건설사로서 세종시 관련 사업 수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룡건설은 지난 3월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아파트 건설공사 시공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주로 꼽히는 진양화학과 진양산업도 이날 20% 넘게 급등했다. 양준영 진양홀딩스 부회장이 오 시장과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코스닥 시장의 테마주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에르코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저출산 대책 관련 수혜주로 분류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영유아식품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르코스 측은 전날 한국거래소의 현저한 시황변동 관련 조회공시 요구에 "최근 당사 주식이 특정 정치인의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으나, 과거 및 현재 당사의 사업내용과 관련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하며 선을 그었다.
이 외에도 코스닥에서는 상지건설(임무영 전 사외이사, 이재명 대표 캠프 합류설), 위세아이텍(고 김종현 창업주, 이 대표 부인과 친인척설), 크라우드웍스(김우승 대표, 이 대표 주도 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이재명 대표 관련주로 묶이며 상한가로 직행했다. 이들 역시 기업 펀더멘털보다는 인물과의 연결고리에 기반한 움직임이다.
이처럼 정치 테마주는 정책 기대감과 인맥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움직이지만 상당수는 실질적인 기업 가치 변화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특히 학연, 지연 등 불분명한 고리로 엮인 테마주는 실체가 없는 루머에도 주가가 급등락하며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무역 분쟁 가능성 등 대외 여건 악화로 대형주 상승세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단기 차익을 노리는 자금이 갈 곳을 잃고 테마주 등으로 몰리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연합인포맥스
연합인포맥스
kslee2@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