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서 기회 찾는 삼성'…올해 삼성벤처투자에 4천600억 맡긴다
연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삼성전자·디스플레이·물산·이앤에이 출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반도체 업황 악화로 위기의식이 커진 삼성이 신기술 투자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그룹 내 벤처캐피탈(VC)인 삼성벤처투자가 계열사의 자금을 받아 연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의 펀드레이징을 진행한다.
8일 최근 공시에 따르면 올해 삼성벤처투자는 4천600억 원의 펀드레이징을 진행한다. 삼성그룹 내 계열사 5곳으로부터 약 4천464억원의 자금을 받고, 삼성벤처투자도 GP커밋으로 136억 원을 출자한다.
▲에스브이아이씨73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200억 원) ▲에스브이아이씨67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1천900억 원) ▲에스브이아이씨69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1천억 원) ▲에스브이아이씨74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1천500억 원) 등 4개 펀드 결성이 확정된 상황이다.
연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유동성이 넘쳤다고 평가받는 2021년 삼성벤처투자는 5천400억 원 규모로 6개 펀드를 결성했다. 올해 상반기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연말까지 삼성 계열사에서 추가로 출자해 연간 펀드 규모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억 원 규모로 결성하는 에스브이아이씨73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은 삼성중공업에서 198억 원을 출자한다. 운용 기간은 조합 결성일로부터 6년이다. 2분기 내로 펀드 결성을 완료한다.
에스브이아이씨67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출자하는 펀드다. 당초 500억 원 규모로 결성할 예정이었으나 삼성디스플레이가 출자액을 3배 이상 늘리면서 1천900억 원 규모로 만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9월 해당 펀드에 495억 원을 출자하겠다고 결정했다. 이후 약 8개월 만에 출자 규모를 3배 이상 확대했다. 4분기 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간접 투자가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자 출자 확대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벤처투자에 출자한 펀드로 경영권을 인수한 도우인시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큰 차익을 남겼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펀드 출자금을 대규모로 늘린 만큼, 도우인시스와 같은 경영권 인수 딜에 추가로 나설지 주목된다.
삼성물산과 삼성이앤에이도 에스브이아이씨69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출자에 나섰다. 양사가 각각 495억 원씩 담당하고, 삼성벤처투자가 10억 원을 출자해 1천억 원 규모로 결성한다.
그룹내 큰 형님인 삼성전자도 에스브이아이씨74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1천485억 원을 맡긴다. 이를 통해 1천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한다. 해당 펀드를 통해 로봇·TV·가전·스마트폰·네트워크 사업을 아우르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의 유망 기술을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이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연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로 벤처펀드 결성에 나선 건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가 2023년 글로벌 경기 침체, 반도체 업황 악화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전년 실적 기저효과로 인해 실적이 개선되긴 했지만, 회사 안팎으로 위기의식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의식과 맞물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벤처펀드 출자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벤처투자 제공]
ybyang@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