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다

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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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글로벌 외환시장을 지배해온 ‘킹 달러’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주요 6개 선진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연고점인 110pt에서 최근 100pt 부근까지 떨어지며 약 10% 하락했다.

미국 달러가 선진국 통화 대비 10%가량 절하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도 이런 전세계적인 달러 약세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환율 흐름을 전망하려면, 이번 달러 약세의 배경과 향후 방향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달러 절하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첫째,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특히 반복되는 관세 위협은 무역정책 불확실성을 한층 증폭시켰다. 여기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해지며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역시 불확실해졌다.

최근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재정건전성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실제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을 장기물 위주로 매도하고 있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정책 기조도 달러 약세를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자국 통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비달러 통화 강세, 즉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최근 한미 재무당국 간 환율 관련 협의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이를 약달러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셋째, 미국 경제에 대한 성장 기대가 낮아진 점도 있다. 지난해까지는 미국의 견조한 성장에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며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졌지만, 트럼프 재집권 이후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월 2.3%에서 5월 1.3%로 하향 조정됐다. 관세에 따른 기업 비용부담 증가와 소비심리 위축이 반영된 수치다. 이는 달러 수요 약화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요약하면, 최근 달러 약세는 △달러 자산 신뢰 하락 △환율 정책 기조 변화 △미국 성장 기대 약화 등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더 주목할 점은 이러한 요인들이 과거 구조적 약달러 국면의 방아쇠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1970년 이후 미 달러는 평균 10년 주기로 구조적 강달러와 약달러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대표적인 구조적 약달러 국면은 세 차례다. 첫 번째는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정지 선언 이후 신뢰 훼손에 따른 것이었고, 두 번째는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인한 정책 주도의 달러 약세였다. 세 번째는 2001년 IT버블 붕괴와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따른 흐름이었다.

이처럼 구조적 약달러는 △신뢰 약화, △정책 변화, △성장 둔화라는 세 요인과 맞닿아 있다. 이는 현재 상황과도 유사하다. 물론 아직 모든 요인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발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구조적 약달러 사이클 초입에 들어섰을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만약 구조적 약달러가 본격화된다면, 원/달러 환율도 중장기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속도와 폭은 글로벌 경기, 연준 정책, 지정학 리스크, 국내 정치·경제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구조적 약달러 국면에 맞춰 리스크 관리와 헤지 전략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콘텐츠는 '대한금융신문'에 등재된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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