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랑스러운 슬로베니아

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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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맑고 잔잔한 '블레드 호수'이다.

슬로베니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맑고 잔잔한 블레드 호수. 호수 중간에 섬이 있어 독특한 정취가 흐른다.

완연한 봄이 되었는데도 하얀 눈이 녹지 않은 알프스를 바라보며 스위스의 풍경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부유럽의 남쪽 알프스산맥 끝에 위치한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를 찾았을 때는 동유럽 어딘가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고, 맑고 푸른 블레드 호숫가를 거닐 때는 문득 오스트리아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

 

아드리아 해안가를 따라 주황색 지붕을 얹은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피란은 얼핏 크로아티아를 닮은 것도 같았다.

 

처음 찾은 슬로베니아는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그렇다고 뻔한 여행지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슬로베니아는 오랜 친구처럼 친근하고, 그리워하던 연인처럼 사랑스러웠다.

여행의 시작, 류블랴나

다리 3개가 나란히 이어진 독특한 구조의 '트로모스토비에 다리'. 류블랴나의 대표 명소로 주변에 상점과 카페가 즐비하다.

다리 3개가 나란히 이어진 독특한 구조의 트로모스토비에 다리. 류블랴나의 대표 명소로 주변에 상점과 카페가 즐비하다.

용의 다리를 장식한 '청동 용'이다.

용의 다리를 장식한 청동 용은 류블랴나 탄생 신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슬로베니아는 동유럽과 서유럽 사이, 이탈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와 이웃하고 있다. 우리나라 면적의 5분의 1 정도로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지리적 특성으로 로마 시대부터 발칸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슬로베니아 여행은 대개 수도 류블랴나에서 시작한다. 가장 번화한 수도임에도 첫인상은 유럽의 어느 소도시에 온 듯 한적하고 고요하다. 도시 명소를 찾아다니다 보면 마치 오랜 시간 그곳에서 살았던 현지인처럼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구시가지 입구에서 류블랴나의 명물 용의 다리를 만났다.

 

구시가지를 굽어 흐르는 류블랴니차강 위에 놓인 많은 다리 중 하나로, 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용을 물리쳤다는 탄생 신화에 등장하는 용 4마리가 다리를 장식하고 있다. 용의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들어서면 재래시장이 열리는 보드니코브 광장에 닿는다. 활기찬 시장에는 꽃과 공예품, 채소와 과일 등 아기자기한 물건과 먹거리가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시가지 중앙에 우뚝 솟은 언덕에 자리한 류블랴나성에 오르면 도시 풍광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의 랜드마크인 류블랴나성은 요새, 감옥, 병원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다가 1905년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지금은 각종 전시회와 이벤트 장소로 활용된다.

 

현지에서는 결혼식 장소로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성 안에서 올리는 결혼식은 얼마나 낭만적일까. 특별한 이벤트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성 안에 있는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만끽했다.

 

류블랴나성을 내려와 다리 3개가 나란히 이어진 독특한 구조의 트로모스토비에 다리를 건너 프레셰렌 광장을 찾았다. 류블랴나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주변에 상점이 많아 쇼핑 명소로 통한다. 광장에서는 분홍색 외관이 사랑스러운 성 프란체스카 성당과 슬로베니아의 민족시인으로 유명한 프란체 프레셰렌 동상을 만날 수 있다.

반짝이는 블레드 산책길

블레드의 한 베이커리에서 선보여 명물이 된 '크렘나 레지나 케이크'이다.

블레드의 한 베이커리에서 선보여 명물이 된 크렘나 레지나 케이크.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부드러운 크림이 입안 가득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찔한 높이의 절벽에 세운 '블레드성'이다.

아찔한 높이의 절벽에 세운 블레드성. 성에 오르면 박물관과 레스토랑, 와인 저장고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류블랴나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슬로베니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블레드 호수에 닿는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형성된 호수는 마치 동화나 신화 속 장소처럼 신비한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블레드섬 때문이다. 섬 안에는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이 자리한다. 섬으로 들어가려면 전통 나룻배 플레트나를 타야 한다. 잔잔한 호수를 가르며 10분가량 이동하면 블레드섬에 닿는다.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은 호숫가에서 바라본 것 이상으로 아름답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성당에는 소원을 빌고 3번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깃든 종이 있다. 누군가의 소원이 담긴 평화로운 종소리를 들으며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 2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블레드섬을 나와 호숫가를 거닐다 보면 호수 전망의 음식점이 즐비하다.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좋지만, 후식으로는 꼭 블레이스카 크렘나 레지나를 맛봐야 한다. 블레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케이크로,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부드러운 바닐라 크림의 조화가 황홀하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에 따듯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니 여행이 좋은 이유가 별거인가 싶다. 게다가 창밖으로 펼쳐진 블레드 호수의 전망까지 더해져 두고두고 잊지 못할 장면 하나를 챙긴 듯 하다.

 

블레드 호수 위로 우뚝 솟은 절벽 끝에 자리한 블레드성은 이곳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마을의 상징 같은 곳이다. 높이 130m 절벽에 위치해 아찔하지만 블레드성은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현재는 박물관과 레스토랑으로 이용된다. 또 블레드에서만 살 수 있는 와인 판매 저장고도 있다.

신비한 포스토이나와 오렌지빛 항구도시 피란

'포스토이나 동굴' 인근에 위치한 '프레드야마성'.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성이다.

포스토이나 동굴 인근에 위치한 프레드야마성.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성이다.

푸른 바다와 오렌지빛 주택이 어우러져 이국적 풍경을 자아내는 도시 '피란'이다.

푸른 바다와 오렌지빛 주택이 어우러져 이국적 풍경을 자아내는 도시 피란.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상점과 카페가 많아 산책하기 좋은 '피란'의 모습이다.

피란은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상점과 카페가 많아 산책하기 좋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유석 동굴로 알려진 포스토이나 동굴은 류블랴나 고속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다. 총길이 21km에 달하는 매우 큰 동굴로, 중국 장가계의 용왕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곳이다.

 

19세기에는 동굴 속으로 증기기관차를 운행했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였다. 지금은 동굴 일부만 개방해 전체를 관람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종유석 동굴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탐방로를 따라 입장하면 끝없이 이어진 각양각색의 종유석과 석순을 관찰할 수 있어 흥미롭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성인 프레드야마는 꼭 가볼 만하다.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10여 분 거리에 자리한 프레드야마성은 마치 동굴과 한 몸처럼 보일 정도로 신비한 모습이다. 지금은 동굴 안에 세운 성이 그저 이색적으로 보이지만, 과거에는 적의 공격을 피해 동굴을 활용, 식량을 조달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니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포스토이나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남짓 더 이동하면 아름다운 항구도시 피란에 닿는다. 내륙 국가인 슬로베니아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마주한 유서 깊은 도시다. 피란성곽에 오르면 푸른 아드리아해와 오렌지빛 지붕이 어우러진 도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타르티니 광장에는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주세페 타르티니 동상이 서 있다. 18세기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주세페 타르티니는 피란 출신으로,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고향에 동상을 세웠다. 피란은 바다로 길게 뻗은 구시가지 골목골목을 거니는 데 2시간이면 충분한 작은 도시지만, 온갖 시름을 툭 던져놓아도 좋을 만큼 평화롭고 정감 넘치는 곳이다.

 

슬로베니아는 계절상 봄의 절정을 맞았음에도 멀리 알프스의 설산을 바라보면 여전히 겨울 언저리에 있는 듯하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변화무쌍한 날씨는 오히려 상쾌한 기운을 더해줘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찬 공기를 어루만지는 햇살이 유난히 따사롭게 느껴져서 오랜 시간 포근한 감촉으로 슬로베니아를 기억할 듯하다.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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