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마이너스 금...질까?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마주한 일본 증시, 상승 추세 이어질까?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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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 그려져 있는 이미지. '동전'으로 구성되었다. '노란색'이미지이다.

일본 증시, 사상 최고치 경신

지난 3월 4일, 일본 니케이225지수가 4만109.23pt를 기록하면서 1989년 버블경제 당시 고점을 넘어 역사상 처음으로 4만 선을 상회했다. 일본 증시는 정부의 기업 경영변혁 촉진책 도입, 엔저 효과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로 지난해부터 강세가 이어져왔다. 그동안 어떤 정책에도 추세적 변화를 보이지 않던 일본 주식시장이 정부의 적극적 정책 의지에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가 호응하면서 우상향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3월 19일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일본 증시의 변동성 확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다. 통화 긴축 전환이라는 변곡점을 맞이한 일본 증시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자세히 살펴보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는 배경

주요국 중앙은행이 연내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을 실시했다. 지난 3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17년 만에 금리를 올렸고,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아울러 ETF(Exchange Traded Funds)와 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 매입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는 배경은 2%의 목표 인플레이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가 증가한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춘투 결과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춘투는 매년 봄에 열리는 노사 간 임금 교섭을 의미하는데, 최근 일본 경제의 호황으로 높은 임금 인상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렌고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주요 기업 노조에서는 5.85%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의 임금 인상률 요구를 기업이 받아들인다면, 31년만에 처음으로 인상률이 5%를 상회하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단협 결과가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도요타는 1999년 이후 최고치 수준으로 임금 인상을 결정했고, 혼다도 5.8%를 올리며 1989년 이후 최고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일본은 명목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아 실질 소득과 소비가 위축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되어왔는데, 이런 높은 임금 상승률은 물가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2월 도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6%(YoY) 증가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하락하던 흐름이 반전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처럼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흐름이 드러나면서 만성적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2016년 이후 도입한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비로소 해제된 것이다.

엔화의 향방은?

오랜 기간 이어져온 통화 완화 정책이 긴축 기조로 전환하면서 엔화의 향방에도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엔화 약세가 일본 증시의 강세를 이끈 주요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상사기업은 엔저 효과에 힘입어 실적 호조가 나타나면서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따라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전환은 엔화의 방향성도 함께 변화시킬 것으로 보이고, 증시의 조정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더라도 절상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일본은행이실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통화 완화 기조를 급격히 변경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행은 3월 통화정책회의 이후 YCC(수익률곡선제어) 정책 폐지로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 매입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완화적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또 엔화가 절상되더라도 실제로 제조업 경기에 주는 부담은 상대적으로는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엔화약세가 수출 경쟁력 향상과 해외 수익 확대로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지만, 내수 위주 경제 구조인일본에는 부담 요인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화의 절상 속도가 급격하게만 나타나지 않으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다소 제한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되고 심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던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그와 함께 서방 국가의 탈중국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일본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공급망의 재편 과정에서 오랫동안 미국 제조업의 ‘소부장’을 담당해 온 일본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주요 기업은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을 꼽고 있는데, 일본은 오래전부터 ASEAN 국가에 진출해 제조 분야 FDI(외국인직접투자) 1위를 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에 의해 형성된 제조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이 현지 국가의 성장 인프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향후 일본 제조기업의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반도체 산업에서도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일본의 반도체 장비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부활 의지도 매우 긍정적이다. 일본 정부는 정부 주도로 8개 대기업이 합작해 종합반도체 기업 라피더스(Rapidus)를 설립했고,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금 혜택도 크다. 이에 따라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TSMC는 구마모토에 1공장을 설립했고, 2공장의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 또 마이크론(히로시마, 2027년), 삼성전자(요코하마, 2025년)도 일본 내에 공장을 건설하고 가동할 계획이다.

단기 변동성이 예상되지만 상승 추세는 훼손되지 않을 전망

향후 일본 증시의 상승세 지속 여부를 가늠하려면 증시의 상승을 견인하는 주도주의 흐름부터 주목해야 한다. 미국에서 Magnificient7(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메타, 테슬라)이 상승 랠리를 주도해왔듯이, 일본에는 ‘사무라이 7’이 있다. 사무라이 7은 도요타, 미쓰비시상사, 어드반테스트, 도쿄일렉트론, 디스코, 스크린홀딩스, 스바루를 지칭하는 용어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처음 사용했다. 사무라이 7 종목은 일본정부의 정책과 공급망 재편 그리고 외국인 투자의 수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종목으로, 이들 종목의 주가가 향후 일본 증시의 추가 랠리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7개 종목 중 절반 이상인 4개 종목이 반도체 장비와 관련된 종목이다. 도쿄일렉트론(글로벌 4대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어드반테스트(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자동화 장비업체), 디스코(웨이퍼 그라인더 업체), 스크린홀딩스(반도체 장비 및 테스트 기업) 등은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와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에대한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일본 반도체 업종의 EPS(주당순이익) 전망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는데, 이는 일본 증시가 조정 이후상승세를 다시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일본은행의 통화 긴축 전환에 따라 엔화 환율과 일본 증시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 이후 엔화 강세가 나타날 수있는데, 이는 미 국채금리의 상승과 달러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일본은행의 ETF 및 REITs 매입 중단과 현재 니케이225 지수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유심히 살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되는 것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고 경기 흐름이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일본은행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 하기 위해 금융 여건을 앞으로도 완화적으로 유지하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일본 증시의 펀더멘털은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엔화'가 그려져 있는 이미지. '연기'로 구성되었다. '노란색'이미지이다.

최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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