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Camping in Finland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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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바다, 숲 사이로 난 '핀란드'의 자동차길을 위에서 본 사진이다.

강과 바다, 숲 사이로 난 핀란드의 자동차길. ‘호수와 숲의 나라’로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핀란드 남부 헬싱키부터 북부 이발로까지, 서부 요엔수부터 동부 바사까지 목적지가 어디든 못 갈 이유가 없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 주변에 식당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 없다. 내가 있는 곳이 곧 숙소이자 주방일 테니까.

캠핑카 여행이 흔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어렵지도 않다. 특히 캠핑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핀란드라면 더 수월하다. 핀란드에서는 숲과 물이 있으면 어김없이 캠핑장이나 캠핑용 공터가 있다. 명승지 주차장은 물론 도심 곳곳 주차장에도 캠핑카를 댈 수 있고, 마을마다 캠핑카 휴게소가 있어 물을 채우거나 오수통을 비울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파크4나이트(Park4night)’를 이용하면 핀란드 전역의 유·무료 캠핑장을 찾을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이용 가능한 내비게이션 앱 ‘맵스미(Maps.me)’나 글로벌 지도 앱 ‘구글 맵’을 이용하면 경로는 물론 주유소와 식당, 명소를 찾는 일도 힘들지 않다.

핀란드에서 겨울 오로라 시즌만큼 놀기 좋은 시기가 5~9월이다. 낮에는 적당히 후끈하고 밤이면 적당히 선선하고, 바람 불면 호수가 찰랑이고 나뭇잎이 팔랑인다. 바로 지금 이맘때부터 싱그러운 핀란드 자체를 누릴 수 있다.

'노르웨이'와 맞닿은 카라쇼카 강변도로의 자동차 쉼터에서 캠퍼들이 휴식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맞닿은 카라쇼카 강변도로의 자동차 쉼터에서 캠퍼들이 휴식하고 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 전경. 사진 가운데 '헬싱키 대성당'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 전경. 사진 가운데 헬싱키 대성당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캠핑카' 너머로 볼 수 있는 핀란드의 대자연.

캠핑카 너머로 볼 수 있는 핀란드의 대자연.

화려한 장식 없이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헬싱키 대성당' 내부이다.

헬싱키 대성당 내부는 화려한 장식 없이 엄숙한 분위를 자아낸다.

구리선을 감아 만든 지붕과 거친 바위 표면이 이색적인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이다.

구리선을 감아 만든 지붕과 거친 바위 표면이 이색적인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헬싱키에서 여객선을 타고 가는 '수오멘린나 요새'이다.

헬싱키에서 여객선을 타고 가는 수오멘린나 요새. 스웨덴이 지배하던 당시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세웠다.

종교를 불문하고 누구나 들러 평화를 구할 수 있는 '캄피 예배당'이다.

종교를 불문하고 누구나 들러 평화를 구할 수 있는 캄피 예배당.

헬싱키의 성스러운 하루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가벼운 가방을 챙겨 든다. 현지인의 느긋함에 주파수를 맞춘다. 걷다가 지치면 트램을 타면 된다. 혹은 현지인처럼 잔디밭과 벤치에 앉거나 누워 쉬면 된다. 헬싱키 대성당부터 광장 마켓인 카우파토리, 에스플라나디 공원, 템펠리아우키오 교회까지 헬싱키의 랜드마크는 짧게는 반나절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찰처럼 유럽에서는 교회를 통해 그들만의 역사와 문화, 고즈넉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핀란드도 마찬가지다. 교회와 사원에서 당대 시대와 문화를 가늠할 수 있다. 단 헬싱키를 대표하는 종교 명소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건축 형태도, 문화적 배경도 상이하다.

먼저 헬싱키 대성당은 헬싱키 여행의 핵심지이자 핀란드 종교의 상징이다. 루터파 교회의 본산인데, 핀란드인 중 루터파 교인이 무려 85%나 되는 만큼 이 나라의 종교적 구심점으로 여겨진다. 헬싱키 대성당의 외관은 넓고 높고 희다. 가슴이 묵직해질 만큼 규모가 크다. 직접 마주하지 않고 선 위엄을 가늠하기 어렵다.

 

아마 성당이 다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 5×7인치로 인화하면, 성당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이 약관 설명서 글자 정도로 작게 보일 것이다.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도 촘촘하거나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적재적소에 배치한 문양과 웅장한 석상이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선을 끄는 색이라고는 외부의 청동색 돔 지붕과 내부의 대형 그림, 샹들리에 정도다. 반면 우스펜스키 대성당은 무척 화려하다.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19세기에 건축한 곳으로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규모가 가장 큰, 핀란드의 유일한 러시아 정교회 건축물이다. 은은한 외관의 헬싱키 대성당과 달리, 우스펜스키 성당은 붉고 화려한 벽체와 청동 지붕이 강렬한 보색 대비를 이룬다. 내부 역시 타일과 금박, 조각 장식으로 휘황찬란하다.

한편 암석 교회로 유명한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는 비교적 최근인 1969년 지은 공간이다. 바위를 파내어 만든 점이 이색적이다. 거친 바위 표면을 연마하지 않은 데다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도 그대로 두었다. 벽에는 창을 낼 수 없었지만, 벽과 지붕 사이를 통해 자연광이 쏟아지도록 설계했다.

 

구리선을 감아 만들었다는 지붕은 가마솥 뚜껑을 연상시키는데, 미래적이면서도 고전적이고 자연 친화적이기도 해 기묘한 느낌이 든다. 음악 소리가 천장에 반사되고 바위 벽에 흡수되어 영롱하고도 부드럽게 울린다.

캄피 예배당도 빠트리면 아쉽다. 2012년 헬싱키가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되면서 지은 아담한 예배당이다. 고대 이집트 여왕 네페르티티의 모자를 연상시키는 형태가 도심 한가운데서 유독 눈에 띈다.

 

창문 하나 없는 벽체는 핀란드산 자작나무로 만들었다. 캄피 예배당은 독특한 외관만큼 정체성도 이색적이다. 루터교 사원이지만 특별한 날 외에는 예배가 없다. 이곳에서는 예수님이든 부처님이든 알라신이든 나 자신이든,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기도하고 감사하며 평화를 구하라고 안내한다. 단 ‘침묵의 교회’라는 뜻대로, 절대 소리를 내면 안 된다.

네 곳의 교회를 걸어서 오가는 동안, 재래시장과 카우파토리에 들르거나, 핀란드를 상징하는 하마 캐릭터 무민도 구경할 수 있다.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의 ‘그곳’도 헬싱키 대성당에서 도보로 20분, 핀란드 최대 백화점인 스톡만 백화점도 10분 거리다. 도심의 석조 건물은 대부분 모래 색이지만, 울창한 공원이 곳곳에 자리해 싱그러운 여운을 남긴다.

 

낮은 인구 밀도는 번화가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여행자가 아무리 많아도 ‘2m 거리두기’가 절로 된다. 핀란드 북부로 갈수록 인구 밀도는 더 낮아진다. 특유의 한적함은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여행의 크나큰 매력일 것이다.

 

단, 여름철 성수기의 캠핑장은 동남아 명승지 못지않게 북적인다는 점을 각오해야 할 터. 숲과 강을 늘 가까이 두고 살면서도, 자연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캠핑에 나선다. 캠핑장이 아무리 많아도 ‘괜찮은 곳’은 역시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된다. 눈여겨본 캠핑장이 있다면 자리를 미리 선점하길 권한다.

'올드 포르보'의 그림 같은 강변 풍경이다.

올드 포르보의 그림 같은 강변 풍경. 붉은 페인트는 1300년대 중반 스웨덴 국왕을 환영하기 위해 칠했다고 전해진다.

핀란드 숲 곳곳에 있는 개인 '별장'이나 공용 사우나이다.

핀란드인의 숲속 별장. 사우나로 땀을 뺀 다음 호수에 뛰어들어 몸을 식힐 것이다. 핀란드 숲 곳곳에 개인 별장이나 공용 사우나가 있다.

나뭇가지에 '주전자'를 걸어두고 '모닥불'로 주전자를 데우고 있는 사진이다.

캠핑의 가장 큰 묘미는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힐링하는 것이다.

'캠핑' 중 누워서 숲속을 바라보는 구도이다.

캠핑의 가장 큰 묘미는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힐링하는 것이다.

역사를 마주하는 여정

헬싱키를 뒤로하고 자작나무 숲길을 가로질러 동쪽으로 향한다. 포르보가 목적지다. 포르보에는 우리나라의 북촌 한옥마을 격인 핀란드 전통 마을 ‘올드 포르보’가 있다. 올드 포르보에서는 울긋불긋한 단풍처럼 붉고 노란 목조 주택 사이를 거닐며 핀란드의 옛 모습과 조우할 수 있다.

 

핀란드는 1155년부터 1808년까지 스웨덴령이었다. 국경을 맞댄 러시아가 이 땅을 호시탐탐 노려, 스웨덴과 러시아는 전쟁을 자주 벌였다. 결국 1809년 핀란드는 러시아에 편입되었다가, 100여 년 뒤인 1917년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올드 포르보는 스웨덴의 지배를 받던 1300년대 중반 형성됐다. 강가에 늘어선 건물은 농장주나 부호가 머물던 집이었다. 검붉은색 페인트는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3세의 방문을 기념해 단장했다. 부귀영화의 상징인 붉은색으로 국왕을 환영한 것이다.

 

현재까지 강가의 몇몇 집은 예나 지금이나 붉은 페인트를 사용해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한다. 강물의 탁한 색조차 옛 마을 특유의 분위기에 묻혀 운치 있다. 골목 구석구석 알록달록한 건물은 교회와 박물관, 카페와 레스토랑이다. 아기자기한 빈티지 숍에서 두고두고 귀하게 사용했을 레이스와 포슬린 화병 등 사랑스러운 아이템도 구경할 수 있다.

포르보에서 동북쪽으로 4시간가량 달리면 올라빈린나성이 있는 사본린나에 도착한다. 이곳 역시 핀란드에서 잘 보존된 역사 유적지다. 해마다 7월이면 ‘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려 도시 전역이 음악 무대로 변신한다.

 

올라빈린나성의 근사한 정원은 지붕 없는 오페라 무대로 탈바꿈한다. 무려 한 달 내내, 세계적인 음악가와 오페라단이 뽐내는 선율이 울려 퍼진다. 핀란드 전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인파가 몰려들어 온 도시가 축제의 장이 된다.

핀란드 서남부 도시 투르쿠도 기념비적 도시. 1812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1세가 헬싱키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행정 중심지였다. 핀란드 최고(最古) 성당인 투르쿠 대성당부터 수도의 상징이던 투르쿠성까지 800여 년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다.

 

투르쿠는 1827년 발생한 대화재로 도시 가옥 대부분이 불탄 적 있다. 그 가운데 30채가량은 온전히 남아 오늘날에는 수공예 박물관으로 활용된다. 이 박물관은 선조의 기술을 대대로 이어받은 장인의 공방이자 전시장이다. 타이밍이 잘 맞으면, 능숙하고도 정성 어린 손기술을 직접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갈 곳이 많이 남았다. 지금까지 소개한 곳은 핀란드 남부의 주요 명소일 뿐이다. 대한민국 면적의 세 배인 핀란드는 갈 곳도 머물 곳도 많다. 한반도와 위도는 물론 경도도 다르니 기후도 환경도 색다르다.

 

북유럽 특유의 자연환경은 햇빛의 밝기마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5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백야 현상도 마찬가지. 지구의 자전축이 일어서지 않는 한 중위도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다. 그러니 알고 싶다면 직접 가보는 수밖에. 새로운 세상을 누비겠다고 다짐한 김에, 캠핑카 여행에 도전하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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