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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는 자녀에게 1억5천만원 물려줘도 '증여세는 0원'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신설된 내용입니다. 자녀의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 한도를 현행 대비 2배로 늘려주는 것인데요.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10년간 5000만원까지 증여해도 과세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결혼 전에 증여 받은 재산이 없다면 결혼할 때 부부 합산 1억원까지 결혼자금으로 받아도 따로 증여세를 내지 않습니다. 증여금액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 과세표준별로 10~50%의 세금을 내야 하고요.
그러나 ‘2023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2024년 1월 1일 이후부터 결혼자금 1회에 한해 1인당 공제한도가 1억원이 추가됩니다. 이렇게 되면 부부 합산으로는 2억원까지 비과세가 가능한 것이죠.
다만 몇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될 경우에만 가능한데요. 우선 증여자는 부모, 조부모 등 직계존속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증여일은 혼인신고일 이전 2년부터 혼인신고일 이후 2년 이내(총 4년)입니다.
저출산, 물가상승 원인, 개정안 필요성 커져
정부는 이번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 신설을 검토한 배경으로 ‘저출산’과 ‘물가상승’을 꼽았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5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출생아 수는 1만8988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5.3%(1069명) 감소했습니다.
월별 출생아 수가 지난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2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인데요.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90개월째 줄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센티브로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가 검토된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물가 상승인데요. 증여세 비과세 한도가 성인 자녀 기준 5000만원으로 정해진 것이 지난 2014년도로 10년 가까이 흘렀는데, 물가 흐름으로 볼 때 한도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주택 가격 상승으로 해마다 결혼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고 있어 5000만원 한도는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이죠.
부의 대물림, 상대적 박탈감 등의 반응도
이번 개정안을 두고 부의 대물림, 상대적 박탈감을 언급하는 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부의 대물림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가 의도치 않게 그만큼 증여를 못하거나 받지 못하는 부모, 자녀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녀에게 1억원을 결혼자금으로 주고도 넉넉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부모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도 언급되고 있는데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50대의 평균 순자산 보유액은 5억3473만원, 60대 이상은 4억8327만원이었습니다. 가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식의 결혼을 위해 현금으로 1억원을 증여할 수 있는 부모의 수가 많지 않을 수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증여세를 내지 않고 암암리에 부모와 자녀간 증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가 생겼다고 혼인율과 출산율이 높아질 것을 예상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고요.
자녀가 결혼할 때 비과세되는 증여자산도 있다?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는 2024년 1월 1일 이후 증여 분부터 적용이 되는데요. 올해 혼인신고를 한 신혼부부라 할지라도 법 적용 시점이 혼인신고 기준으로 앞뒤로 2년씩이기 때문에 증여세 공제 확대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세법 개정안이 올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에 정확한 법 적용 시점은 향후 진행사항을 보고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자녀가 결혼할 때 비과세되는 증여 자산에 대해서도 알아둬야 하는데요. 축의금, 혼수용품 등이 그것입니다. 부모가 자녀의 결혼 혼수 장만을 위해 3000만원을 지원했다면 이는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한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만 사회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금액이여야 하기 때문에 너무 큰 돈을 사용했다면 비과세 적용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시길 바라겠습니다(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혼수용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사용품에 한하며, 통상적이지 않은 수준의 축의금과 호화, 사치용품, 주택, 차량 등은 과세대상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5조 제4호).
지금까지 신설된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2023 세법개정안에 반영된 만큼 저출산 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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