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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고려아연도 영풍도 자사주 소각 미룰 이유 없다

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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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고려아연도 영풍도 자사주 소각 미룰 이유 없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010130](최윤범 회장)과 영풍[000670]이 모두 보유한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있어 뒷말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지난 10월 말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면서 약 1조8천억원을 들여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 204만30주(9.85%)를 두 달 동안 그대로 들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해당 자기주식을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소각은 차일피일 미뤄 괜히 영풍·MBK파트너스에 공격(자기주식 처분금지 가처분)의 빌미를 줬다.

다만 영풍·MBK는 지난 18일 가처분 심문기일 때 최윤범 회장 측 대리인이 해당 자기주식에 관해 소각 이외 모든 처분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확약했다면서 해당 가처분을 26일 취하했다.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자기주식은 취득일로부터 6개월간 처분이 제한된다. 또 전량 소각하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일부라도 자기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면 거센 후폭풍이 불 수 있다.

어차피 소각할 자기주식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소각해버리는 것이 임시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길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분쟁 상대방인 영풍은 자기주식 '내로남불' 상태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에 자기주식 소각을 촉구하면서 "소각 목적이 아닌 자사주는 취득하면 안 된다. 그것이 주주를 위하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작 영풍은 지난 10년 이상 6.62%의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보유 중이라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강 사장은 이번에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추천된 인물이다.

이미 지배주주인 장씨 일가의 영풍 지분율이 50% 이상임을 감안하면 자기주식을 소각해도 경영권이 흔들릴 위험은 사실상 없다. 안심하고 자기주식을 소각해도 되는 상황이다.

자기주식을 매입만 하고 소각하지 않는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말 기준 국내 상장사의 미소각 자기주식 규모는 무려 74조원에 달했다.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자기주식 취득이 곧 소각으로 이해된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위치한 미국 워싱턴주는 자기주식 보유가 불법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80% 이상의 외국인 투자자는 회사 현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했음에도 소각하지 않는 경우 이를 시가총액이나 주주가치에 반영하지 않는다.

미소각 자기주식은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탓이다. 지배주주 입장에서 자기주식 처분으로 우호 지분을 늘리려면 주가가 낮을수록 유리해 주가 상승을 억제할 유인이 생기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회삿돈으로 사들인 자기주식을 소위 백기사에게 넘기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과 주당순이익(EPS), 주당순자산(BPS), 주당배당금(DPS)이 줄어든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임시주주총회(1월 23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고려아연과 영풍 가운데 하루라도 빨리 자기주식 소각을 마쳐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진심을 보이는 쪽이 캐스팅보트를 쥔 일반주주의 마음을 살 수 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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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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