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커지는 유동성 우려에도…"투자 이행 차질 없을 것"
경영지원본부장 "항공기 도입, 이미 선급금 지급"
대규모 환불, 현금 유출 불가피…운항 축소로 영업현금흐름 둔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제주항공이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이탈 사고 이후 대규모 예약 취소를 마주하며 유동성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리스 항공기를 구매 항공기로 교체하는 '기단 현대화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일단 기존 투자 계획 이행에는 차질이 없을 거란 입장이다.
[출처:제주항공]
2일 제주항공[089590]에 따르면, 송경훈 경영지원본부장은 이날 오후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유동성 관련 질문을 받고 "항공기 도입과 관련한 비용들은 이미 선급금이 지급된 상태"라며 "그에 따른 투자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항공은 오는 2027년까지 B737-8 여객기 4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항공기로 기단을 현대화하는 동시에, 운용 방식을 리스에서 직접 구매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원가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존 리스 대비 운용 비용을 14% 절감할 수 있고, 개선된 연료 효율을 바탕으로 연료비 절감을 꾀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다.
특히 운용 후 매각, 혹은 재투자란 옵션도 가져갈 수 있다. 제주항공은 2027년까지 전체 기단 중 52%를 B737-8로 채우면 영업이익률이 '3%포인트(p)+α'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제주항공이 2018년 11월 보잉사와 구매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금액은 44억1천492만 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 5조원에 육박한 수준이었다.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6조5천억원에 달한다.
물론 이는 리스트 가격을 기준 삼아 산출한 숫자로, 실제 취득 가격과는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구매에 따른 할인 적용도 예상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수조원대 투자라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유동성 관련 우려가 끊이지 않는 건 지난달 29일 무안공항 사고 이후 신규 예약량이 급감한 것은 물론, 기존 예약자의 취소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참사 이후 전액 환불 및 수수료 면제를 약속한 상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는 제주항공이 미리 받은 선수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환불해 줘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제주항공의 선수금(별도 기준)은 2천606억원 수준이다.
환불은 직접적인 현금 유출로 이어져 유동성 악화를 낳게 된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천822억원 수준이다.
특히 국내선은 다음주, 국제선은 이달 셋째 주부터 운항량을 최대 15% 줄이기로 하며 이에 따른 영업활동현금흐름 축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39억원 수준이었다.
이날 제주항공은 예약 취소량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송 본부장은 "최근에 취소량이 과거보다 많은 건 분명하다"면서도 "사고 전보다 규모가 조금 줄기는 했지만, 신규 예약 유입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이배 대표이사(사장) 역시 "취소 숫자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며 "얼마나 빨리 신뢰를 회복하느냐가 이후 수치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취소된 예약이 약 6만8천건이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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