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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의 FX환담] 달러를 못버리는 이유

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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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하락 출발해 3,150대로 후퇴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9시 2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26.95포인트(0.85%) 내린 3,159.06이다. 2025.9.1 cityboy@yna.co.kr

[정선영의 FX환담] 달러를 못버리는 이유



(서울=연합인포맥스) 왜 환율이 안 빠질까. 달러-원 환율이 2개월째 1,350~1,400원대 레인지에 머무르면서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이런 의문이 일었다.

지난 2개월 동안 달러-원 환율은 좀 빠질 만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을 훼손하면서 달러 약세 기대가 일었고, 1,400원선 부근은 고점 인식이 강했다.

지난 7월말에는 코스피가 3,288선까지 오르면서 국내증시 분위기도 고조된 바 있다. 한미 관세협상은 15% 상호관세로 선방했고, 최근 한미 정상회담도 예상보다 우호적인 그림을 연출했다.

그러나 달러-원 환율은 좀처럼 눈에 띄게 하락하지 않았다. 올 하반기에 달러-원 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시장 전문가들도 탄탄한 환율 흐름에 분기 전망치를 조금씩 상향 조정했다. 올해 3분기에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대내외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유효하다.

그럼에도 달러-원 환율이 1,350원선 아래로 급락할지 여부는 확신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환율이 1,300원대 초중반으로 내려가면 또 저점 매수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도 달러 강세가 꺾였다는 기대는 별로 없다. 전세계 무역상대국으로부터 막대한 관세를 거둬들이는 미국 경제 우위의 구도가 너무 강력하다.

주요국의 대미 투자 규모도 엄청나다. 우리나라만 해도 대미 투자 규모가 3천500억달러에 이른다. 일본은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에서 5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거론했고, 대만도 관세 협상을 위해 4천억달러 투자를, 유럽연합(EU)도 6천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처럼 해외 각국 정부가 내세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단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대규모로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쪽에 힘이 실렸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고율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지만 높은 생산비용과 관세로 인한 교역량 감소가 투자 유인을 제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미국으로 돈이 몰리는 구도는 달러 강세를 완전히 돌려세우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아울러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자산을 역대급으로 많이 갖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30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지만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모두 1조1천25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에 역대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한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모두가 환율이 빠지는 걸 원하는 건 아닙니다"

개인도, 기업도 해외투자 자산이 너무 많아지면서 환율이 마냥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달러-원 환율이 빠지면 그만큼 해외 투자한 달러 자산의 가치도 줄어들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지 않으면 환율 수준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환시 전문가는 전했다.

달러-원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1,300원대로 100원 이상 조정을 받은 만큼 현 수준에서는 변동성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이 같은 달러 흐름을 꺾을 만한 복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 연준의 독립성 훼손 움직임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에 대한 압박에서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을 둘러싼 법적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달러 신뢰도를 위협하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를 유발할 것으로 환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만약 미국 정부가 미 연준내 요직을 모두 친트럼프 인사들로 채우고, 원하는 대로 금리인하를 계속한다면 어찌될까. 독립적인 금리 결정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지속적인 금리인하가 일어날 경우라면 달러 약세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미 연준의 멱살을 잡고 억지로 끌어내린 금리가 가져올 여파도 생각해야 한다. 미국 관세 정책의 여파로 미국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인하가 지속된다면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1970년대에 정치적 개입으로 달러 약세는 물론 미국 증시도 타격을 입었던 점을 떠올리고 있다. 1970년대 달러-원 환율은 500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환율 레벨과 견주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와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으면 '그래도 안전한 건 달러'라는 불문율이 서울환시에서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달러를 버릴까 하다가도 못 버리고 쟁이는 이유다. (경제부 정선영 기자)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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