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배수연의 전망대] 블랙먼데이에 되돌아본 '찰리멍거'의 훈수

24.08.14
읽는시간 0
[배수연의 전망대] 블랙먼데이에 되돌아본 '찰리멍거'의 훈수



2019년 5월 3일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워런 버핏(왼쪽)과 찰리 멍거(연합뉴스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배수연 기자 = 지난 5일(현지시간) 월가의 '구루(GURU:힌두교, 불교, 시크교 등의 종교에서 스승을 일컫는 용어)'인 워런 버핏이 새삼 눈길을 끌었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이며 이른바 '블랙먼데이'가 현실이 된 가운데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애플의 보유지분 가운데 절반이나 미리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애플 지분 대규모 차익실현으로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은 무려 2천769억달러(377조원:환율 1,363원 기준)에 이른다.



◇ 월가의 구루 워런 버핏의 투자철학은 멍거의 작품

월가는 버핏이 또 한차례 투자의 현인이라는 점을 확인한 순간이라고 감탄했다. 이에 대해 일부 월가 관계자들은 정작 버핏이 이런 투자철학을 완성한 것은 순전히 찰스 토머스 멍거(Charles Thomas Munger) 덕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버핏에게 가려졌지만 '찰리 멍거'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그가 없었다면 워런 버핏도 '꽁초 주식(Cigar Butt Stocks)' 투자만 전전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담배꽁초식 투자법(Cigar Butt Investing)은 워런 버핏의 컬럼비아대학교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주창한 투자전략으로, 버크셔 해서웨이가 초기에 사용했던 투자방식이다. 이 전략은 시장에서 저평가된, 즉 매우 싼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버핏은 "길거리에서 발견한 담배꽁초에 한 모금만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그 '싸게 산 물건(종목)'은 한 모금을 모두 이익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해당 전략은 주식의 현재 가격이 적정가치보다 훨씬 낮을 때 투자하는 안전마진(safety margin)을 기반으로 한다.

공군 기상관측 전문이면서 물리학과 수학에 능통했던 찰리 멍거는 버핏에게 담배꽁초식 투자가 아니라 미래의 현금흐름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버크셔 해서웨이를 새롭게 구축하도록 독려했다.

버핏은 자서전 '스노우볼' 등을 통해 멍거가 '지금의 버크셔 해서웨이' 비즈니스 철학의 '설계자'"라고 인정했다. 멍거는 버핏에게 "훌륭한 사업을 공정한 가격에 구매하라"는 조언을 했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전략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멍거도 돈을 벌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늘 곁에 두고 스스로를 담금질했다. 투자철학이 아니라 삶의 태도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찰리 멍거도 월가 구루라는 칭송을 받아 마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멍거가 꼽는 돈을 벌기 위한 덕목들

멍거는 지적 겸손, 분석적 엄격함, 인내, 결단력, 변화 등을 키워드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는 지적 겸손이 자신의 능력 범위를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일컬었다. 자기 능력 범위를 파악하고 그 안에 머물라는 게 그의 훈수다. 자기 자신이 가장 속이기 쉬운 상대라면서 절대로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활동(activity)과 진전(progress)을 구분하는 등 분석적 엄격함, 혹은 엄정함도 잃지 말라고 권고했다. 크기(size)와 부(wealth), 가격(price)과 가치(value)도 정확하게 구분해야 할 덕목으로 지목됐다. 그는 거시경제보다 비즈니스 자체를 분석해야 한다고 봤다. 주식은 그림자일 뿐 기업 자체를 분석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인내도 돈을 버는 덕목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기다리면 좋은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게 멍거가 한평생 지켜온 투자철학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인간의 확증 편향에 저항하라는 권고도 했다. 불필요한 세금이나 거래 비용을 피하고 행동을 위한 행동을 삼가라는 게 그의 충고다. 수수료가 비싼 액티브형 펀드를 혐오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내를 강조한 멍거도 기회가 왔을 때는 '꽉' 붙잡으라며 결단력을 중요한 투자 철학으로 삼았다. 다만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만날 때 그때가 바로 승부처라고 봤다. 그는 결단력을 발휘할 때는 과단성과 자신만의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사람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지막으로 그는 변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세계가 우리에게 맞추기를 바라지 말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본질을 인식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디어(best-loved-idea)에 도전하고 기꺼이 수정하라고 전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일수록 더 빨리 인정해야 한다는 게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철학을 완성한 멍거가 남긴 교훈이다.

멍거는 이런 체크리스트를 곁에 두고 평생을 왕성한 독서 활동으로 스스로를 다듬었다. 평생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 공부해 매일 조금씩 영리해져야 한다는 게 그가 한평생 지켜온 원칙이었다.

시장을 이기려는 의지보다 준비하고 대비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그는 영리해지고 싶다는 계속 "왜? 왜? 왜?"라고 질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멍거가 가장 경계한 것은 자만심이었다. 가장 소중한 자산인 명성과 진실성이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자만심 탓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멍거는 100수에 꼭 한살이 모자라는 날 귀천하는 순간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유튜브가 보편화되고 모두가 전문가인 것처럼 목청을 돋우는 지금 새삼 멍거의 교훈이 주는 울림이 크게 느껴진다. (국제경제부)

neo@yna.co.kr

배수연

배수연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