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거버넌스①] 총수일가회사에 일감몰아주기…제재에도 지속 의혹
하이트진로 "일감 몰아주기가 아닌 정상거래…경영상 필요에 따른 것"
전문가들 "서영이앤티 내부거래, 사익편취규제 회피 '꼼수'"
[※편집자주: 최근 하이트진로그룹 총수일가 회사인 서영이앤티가 화장품 기업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를 하이트진로그룹 거버넌스와 연관지어 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후에도 서영이앤티가 내부거래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서영이앤티는 화장품 기업 인수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 내부거래 비중이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서영이앤티 내부거래와 하이트진로그룹 거버넌스 등을 다룬 기사 3꼭지를 송고합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공정위가 2018년 하이트진로그룹을 부당지원행위로 제재했음에도 하이트진로그룹이 총수일가 회사인 서영이앤티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이 같은 서영이앤티 내부거래가 정상거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영이앤티 내부거래가 사익편취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총수일가 회사' 서영이앤티 내부거래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영이앤티 내부거래 비중은 2017년 23.78%, 2018년 26.89%, 2019년 22.32%, 2020년 27.06%, 2021년 22.63%, 2022년 22.07%, 2023년 33.98%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영이앤티 내부거래는 생맥주 기자재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서영이앤티는 식품 사업, 무역중개 사업, 생맥주 기자재 사업 등을 한다.
문제는 서영이앤티가 총수일가 회사라는 점이다.
서영이앤티 주주는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14.69%), 박문덕 회장 장남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58.44%), 박 회장 차남 박재홍 하이트진로 부사장(21.62%) 등이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99.91%다.
하이트진로그룹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이며 동일인은 박문덕 회장이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그룹은 공정거래법 제47조 제재 대상이다. 공정거래법 제47조는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걸 금지한다.
이 같은 사익편취규제 대상은 동일인과 친족이 2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국내 계열사 A와 A가 단독으로 50%를 초과하는 주식을 소유한 국내 계열사 등이다.
서영이앤티도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
더 큰 문제는 공정위가 하이트진로그룹의 부당 지원행위를 제재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2018년 1월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직접 또는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장기간(2008년 4월~2017년 9월) 서영이앤티를 부당 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했다.
올해 3월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에게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 하이트진로 "서영이앤티 내부거래는 정상거래"…전문가들 "사익편취규제 회피거래"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그룹은 서영이앤티 내부거래가 정상거래라고 판단했다.
하이트진로그룹 관계자는 "서영이앤티 내부거래는 맥주 기자재 중심으로 매년 비슷한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며 "서영이앤티가 맥주 기자재 제조업체로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품 품질이 우수하고 생산 경쟁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은 계열사 간 모든 내부거래를 금지하지 않는다"며 "내부거래 비율은 해당연도 제품판매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내부거래 비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과 사익편취가 성립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생맥주 기자재 거래는 공정위에서 정상거래로 판정해 제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영이앤티 내부거래가 사익편취규제를 회피하는 거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상 정상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면 안 된다.
따라서 상당히 유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일감을 제공하면 사익편취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
한 거버넌스 전문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은 모든 내부거래를 제재하지 않는다"며 "내부거래가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공정거래법으로 내부거래를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모도 규제대상이라며 하이트진로그룹이 이를 회피해 거래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을 어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내부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와 거래하는 회사와 생맥주 기자재를 거래하고 이 회사가 다시 하이트진로와 거래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면 안 된다.
그는 "문제는 내부거래 자체가 아니라 총수일가 회사가 내부거래를 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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