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모저모] '2024년 나의 실수'
(서울=연합인포맥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은 어쩌면 2024년 증시를 상징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신영증권에서는 올 한해 증시를 돌아보는 회고록을 펴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소외 현상이 유달리 두드러졌던 올해, 내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현 상황을 냉철히 짚어보는 시간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신영증권은 2022년 처음으로 '반성문' 성격의 보고서를 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데 이어, 벌써 3번째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제는 매년 연말, 시장참가자들은 신영증권의 '회고록'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리포트에는 김학균 센터장을 포함해 총 16명의 애널리스트가 참여했다. 연구원들은 한 해 동안 자신이 내놓은 전망 중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었는지를 신랄히 꼬집었다.
리포트의 시작을 연 김 센터장은 "강력한 '평균 회귀의 힘'은 금융시장에서 자주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흔히 간과되곤 한다"며 "전망이라는 행위에는 늘 불투명성이 내재해 있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 당장 보이는 것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편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고평가 우려에도 우상향하는 미국 주식을 보는 불안감, 저점이라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국내 주식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달래는 일종의 '위로'다.
김 센터장은 많이 오른 자산일수록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내년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밸류트랩'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올해 이 부분을 간과한 점이 센터장 본인의 실수라고 자평했다.
김 센터장은 "여러 걱정이 많은 한국 경제와 증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중국"이라며 "2024년의 가장 큰 실수는 중국 기업들의 약진을 간과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전기차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놀랍고, 범용 D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규제가 한국 기업들에는 나름의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는데, 그 시효가 거의 다했다"고 설명했다.
올 초 증시를 이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날카로운 의견을 내놨던 박소연 연구원도 자신이 한국 주식시장의 누적된 문제를 과소평가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박 연구원은 현재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1972년의 기업공개촉진법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지주사 및 계열사의 중복 상장, 신생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의 지원, 소극적 배당 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50년 이상 누적된 문제들이 몇 가지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정도로 해결될 리 만무하다"며 "가장 큰 실수는 한국 주식시장의 누적된 문제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은 연초부터 빠르게 달아올랐지만 그만큼 식는 속도도 빨랐다"며 "자생적 시장환경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적 동력만으로 결과를 내긴 어렵다"고 짚었다.
건설업종을 담당하는 박세라 연구원은 올해 업황 부진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임민호 디지털자산 담당 연구원은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기대감의 방향성은 들어맞았지만, 낙관적 전망에 높은 가격 변동성과 장기적인 조정 흐름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했다고 했다.
냉혹한 자기 평가를 내놓은 신영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내년에도 올해의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달릴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박세라 연구원은 "산업 분석가로서 변화의 진폭과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시장에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시기"라며 "산업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가 때론 시장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부 박경은 기자)
[출처 : 신영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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