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사부터 롯데렌탈까지…연초효과 겨냥, 회사채 발행 속속
차환 수요에 줄줄이 조달 준비…유동성 기대감
첫 주자 포스코 흥행 결과 주시, 스프레드 관건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정치적 혼란 등으로 긴장감이 이어졌던 회사채 발행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포스코를 시작으로 다수의 기업이 줄줄이 대기 중인 가운데 시장의 우려를 샀던 석유화학 기업과 롯데그룹의 롯데렌탈도 발행 채비에 한창이다.
연초 효과를 겨냥해 선제 발행에 나서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옅어진 터라 작년만큼의 활황까진 드러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완판에 무리는 없겠지만 각종 이슈로 가산금리(스프레드) 확대 가능성이 상당한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2025년 첫 주자인 포스코를 주시하고 있다.
◇수요예측 속속…금통위·설 연휴 피해 채비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AA+' 포스코를 시작으로 대상(AA-),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 미래에셋증권(AA), LG헬로비전(AA-), LG유플러스(AA) 삼성증권(AA+), 오일허브코리아여수(A+) 등이 이번 주 회사채 수요예측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만 해도 연초 첫 주부터 수요예측이 줄을 이었지만, 올해는 시점이 다소 늦춰졌다.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감도 커진 여파다.
올해의 경우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설 연휴 등으로 발행 일정을 잡는 것도 녹록지 않다. 이에 연초 효과를 겨냥해 선제적으로 조달에 나서던 분위기가 주춤해지고 이달 차환 수요가 있는 발행사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라 시장 수요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어 기업들이 조달을 준비하곤 있지만 분위기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탓에 올해는 차환 시기를 앞당기면서까지 발행하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작년 연초와 같은 역대급 발행 물량까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2025년 첫 회사채 발행 주자인 포스코를 주시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 2년물과 3년물, 5년물, 7년물을 총 5천억원어치 모집하기 위해 수요예측에 나선다.
포스코의 경우 이미 'AAA'에 버금가는 민평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스프레드 측면의 부담이 있다. 더욱이 최대 1조원 발행을 준비 중이라는 점에서 물량도 상당하다.
정치 및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포스코 수요예측이 가늠자로 자리매김한 분위기다.
회사채 수요예측은 16일 금통위를 전후로 더욱 가속화될 예정이다. 13일 SK하이닉스(AA)·동원산업(AA-)·한진(BBB+)을 필두로 AA급부터 BBB급까지 다양한 등급의 채권이 대기 중이다. KB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한화손해보험의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조달도 이어진다.
◇"적극적 매수는 글쎄"…일단락된 롯데, 추경 예의주시
관련 업계에서는 연초 유동성을 고려할 때 이달 시장을 찾는 대부분의 발행사가 무리 없이 수요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치 리스크가 고조되던 지난달 중순 대비 시장 환경이 개선된 데다 채권 시장의 불안감을 높였던 롯데그룹 이슈도 일단락되면서 부담이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업들의 펀더멘탈 악화 기류가 두드러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까다로워지고 있다. 스프레드 및 절대금리 측면의 매력도가 낮은 점도 부담을 높이는 요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사태 이후 IR 등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전보다 회사에 대한 펀더멘탈 등을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있다"며 "신용평가사들이 전반적으로 등급 상향보단 하향 쪽에 무게를 두다 보니 점차 선별적인 투자 기류가 강화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1월 발행 대기 중인 석유화학 기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LG화학(AA+)과 한솔케미칼(A+), HD현대케미칼(A), SK케미칼(A+) 등이 이달 중순께 수요예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상만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정국 혼란이 당시 대비 시장 분위기가 완화되긴 했지만, 회사채 투자에 적극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전반적인 물량 소화는 어렵지 않겠지만 석유화학이나 일부 부담이 드러나는 업종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선별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레디트 시장 불안을 높였던 롯데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롯데렌탈이 이달 중순께 시장을 찾는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이슈로 이번 달 주요 계열사들이 자취를 감춘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매각 절차에 나선 상황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점은 변수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리스크의 경우 환율이 출렁이긴 했지만 채권 시장을 크게 뒤흔드는 요소는 아니었고, 롯데그룹 이슈도 해결되면서 수요가 안 들어올 정도의 악재는 없는 분위기"라며 "채권시장에서는 추경이 어떻게 될지 등을 더 크게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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