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마이크론'에도 외인, 삼성·SK 반응 달라졌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최대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반도체 종목의 풍향계로 알려졌지만,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마이크론 재료에도 기업별로 차별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회계 기준이 일반적인 기업보다 1개월 빠르기 때문에 통상 타기업 대비 1개월 앞서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제품 가격과 같이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반도체주 특성을 고려할 때 마이크론 실적을 통해 다른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에서 제시되는 실적과 가이던스는 반도체주 풍향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대형 반도체주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외국인 수급이 마이크론의 실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됐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외국인은 마이크론의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 반도체주를 투자하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응이 차별화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해 마이크론 실적 발표(뉴욕 증시 마감 이후 발표) 이후 첫 거래일(T+1) 마이크론의 주가 반응과 외국인의 국내 반도체주 수급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지난해 3월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매출 58억2천만 달러와 주당 순이익 0.42달러는 월가 전망치를 모두 웃돈 것으로, 업황 호조와 함께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이익률 개선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가 14.13% 뛰었다.
이때 외국인은 SK하이닉스보다도 삼성전자를 대규모로 사들였다.
마이크론 실적 당일 이후 2거래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천819만6천여 주 사들였고, SK하이닉스는 263만6천여 주 늘렸다.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4분기 실적(현지시간 지난해 9월25일 발표)도 긍정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마이크론 주가는 실적 발표 다음 날 14.73% 급등했다.
다만, 이때 외국인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다른 방식으로 대했다. 마이크론은 AI 컴퓨팅에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는데, 당시 실적은 생성형 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에 따라 HBM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SK하아닉스에 외국인이 대거 몰렸다.
외국인은 실적 발표 이후 2거래일간 SK하이닉스 435만1천여 주 순매수했다. 반대로 HBM시장에서 크게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 주식은 788만1천여 주를 오히려 처분했다.
마이크론의 실적이 악화할 경우 외국인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였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삼성전자를 중점적으로 팔아치웠다. 반대로 SK하이닉스의 보유 축소 규모는 제한적이었다.
지난해 6월26일 발표된 2024회계연도 3분기 마이크론 실적은 가이던스가 부진하게 나왔고, 실적 발표 다음 날 마이크론 주가는 7.2% 빠졌다. 당시 외국인은 이후 2거래일간 삼성전자 주식을 298만6천여 주 사들이며 계속된 신뢰를 보냈고, SK하이닉스도 소폭(2만9천여 주) 순매수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18일 발표된 마이크론 실적은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면서 발표 다음 날 마이크론 주가가 무려 16.18% 빠졌다. 당시 '마이크론 쇼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곤두박질쳤는데,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 이후 2거래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18만1천여 주 처분했고, SK하이닉스 주식은 117만8천여 주 줄였다.
종합해보면, 마이크론의 호재에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투자 규모를 늘리고, 마이크론 악재에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처분에 나서는 경향이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관계는 최근 마이크론과 두 국내 기업의 주가 추이를 봐도 확인이 된다.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 주가가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조정을 받는 흐름에 연동하면서도 낙폭이 보다 제한되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조정 흐름 속에 마이크론보다 더욱더 가파르게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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