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반도체주 대거 담는 연기금…투자금 17% SK하이닉스로
'환율 약세' 여파 종목 순매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내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을 포함한 연기금이 연초부터 쓸어 담는 종목은 반도체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보다는 SK하이닉스를 선택하고 있었다.
8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별 매매상위종목(화면번호 3330)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들어 총 6천149억원어치의 국내주식을 사들였다.
총 국내주식 투자금 가운데 17.3%에 해당하는 1천65억원이 SK하이닉스를 매수하는 데 투입됐다. SK하이닉스가 올해 들어 20.6%가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투자 비중이 크다.
다음으로는 삼성전자(668억원), LG에너지솔루션(321억원), 아모레퍼시픽(194억원), 한미반도체(170억원), 두산에너빌리티(144억원), SK이노베이션(142억원) 순서였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만 연초 이후 투자금의 28%가 쏠려있는 등 반도체주 위주로 강하게 담고 있는 연기금은 그 안에서도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기금은 연초 이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59만7천799주와 118만1천327주 순매수했다. 연초 SK하이닉스 급등세 효과를 배제하고자 연말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해도 삼성전자를 628억원어치 샀을 때 SK하이닉스를 두 배 가까운 1천40억원을 매수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에도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우위를 지켜낼 것이란 증권가의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엔비디아 외 주문형 반도체(ASIC) 고객향 HBM 판매 비중을 작년 20%에서 올해 30% 수준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매출 비중이 디램 내 4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메모리 공급사 중 SK하이닉스의 실적 안정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며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HBM의 주력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아직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반기 모바일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일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5만원에서 31만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연초 연기금이 포트폴리오에서 덜어내고 있는 종목은 현대차(277억원), 한국전력(244억원), 대한항공(181억원), 삼성증권(149억원) 등이다.
주로 환율 약세 환경에서 악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기업이다.
현대차는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부진한 실적 원인으로는 큰 폭의 환율 약세에 따라 판매보증비가 급증한 점이 꼽힌다. 올해 실적도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반적인 수요 부진이 예상돼 전일 한국투자증권에서는 목표주가를 기존 29만원에서 28만원으로 하향했다.
대한항공 등 항공사는 외화 부채가 많아 환율 우려가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증권사 가운데 원화 약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 예상까지 나왔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은 환율 급등으로 전 분기 운용 손익을 방어했던 환차익이 환차손으로 전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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