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이율 예실차 후폭풍①] 삼성생명·화재만 수천억…AIA생명 대안될까
[※편집자 주 = 이번 연말 결산으로 금융당국의 IFRS17 계도기간이 종료되지만, 업계의 혼란은 여전합니다.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가정 이슈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던 금감원이 회계적 판단의 차이였던 공시이율 예실차 처리 방식에도 오류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보험사들의 고민은 깊어진 모양샙니다. 어쩔 수 없는 과도기라지만, 10여년간 수 백억원이 투입된 IFRS17 컨설팅 비용은 헛돈이 됐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최근 공시이율 예실차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업계 안팎의 논란을 두 꼭지로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감독원이 공식화한 공시이율 예실차의 회계처리 방안을 두고 보험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리연동형 자산 규모가 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경우 연간 재무 효과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만큼 이를 수정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 공시이율 예실차, OCI 처리 '원칙'…PL 반영은 '오류'
13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감원이 회신한 공시이율 예실차의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보험사들이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내달로 다가온 지난해 결산실적 발표를 앞두고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전진 또는 소급 적용을 결정해야 해서다. (연합인포맥스가 10일 단독 송고한 ''소급' 꺼낸 KB손보·현대해상…IFRS17 결산 앞두고 보험사들 속앓이' 제하의 기사 참고)
대책 마련에 가장 분주한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다. 생·손보 업계에서 압도적인 자산 규모를 보유한 이들에 공시이율 예실차의 회계처리 변경이 가져올 효과는 각각 연간 기준 2천~3천억 원 수준이라는 게 보험계리 업계의 추산이다.
앞서 금감원은 IFRS17 안정화 로드맵의 일환으로 금리연동형 보험 부리이율의 예상과 실제 차이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각 보험사에 회신했다.
회신안에 따르면 금리연동형 보험의 공시이율 예실차는 앞으로 당기에 전액 손익으로 처리할 수 없다. 다른 보험금융손익과 같이 당기손익(PL)이나 기타포괄손익(OCI)으로 배분해야 한다.
공시이율 예실차는 보험부채 산출에 반영하는 미래 공시이율과 각 보험사가 실제로 보험상품에 적용하는 공시이율의 차이로 발생하는 손익을 뜻한다.
미래 공시이율은 매년 금감원이 직접 제시한다. 이때 가정은 외부 지표금리와 보험사의 투자 수익률이 함께 적용되는데, 보험사의 투자수익률에는 금감원이 제공하는 할인율 가정도 반영된다.
쉽게 말해 공시이율은 보험사가 금리연동형 계약의 적립보험료에 실제로 반영하는 금리가 된다. 보험사 입장에선 일종의 조달 비용인 셈이다.
통상 보험사들은 보험손익의 예실차를 PL에 반영해왔다. 예정된 보험금이나 사업비와 실제 보험금, 사업비의 차이를 담은 보험손익의 경우, 가정을 통해 산출된 보험계약마진(CSM)과 실제 이익의 차이를 보정한다는 맥락에서다. 하지만 공시이율은 예실차라는 표현을 썼을 뿐, 보험손익이 아닌 보험금융손익이다.
그간 대다수 보험사는 예실차의 보정에 초점을 두고 공시이율 예실차도 PL로 반영해왔다. OCI로 처리한 곳은 교보생명과 한화생명[088350], AIA생명, 메리츠화재뿐이었다.
이들 보험사를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들은 공시이율 예실차의 회계처리 변경이 미칠 재무적 영향에 따라 지난해 결산에 전진과 소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미 KB손보와 현대해상[001450]은 소급 적용을 준비 중이다.
◇ '소급' 부담되는 삼성 보험사들…PCR법 대안 될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소급 적용을 '결심'하긴 쉽지 않다. 소급은 곧 회계상 오류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삼성이란 브랜드에서 소급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쉽지 않은 선택지"라며 "금감원이 (공시이율 예실차 회계처리를) OCI로 방향을 정하면서 삼성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고심해왔다"고 설명했다.
회계·계리업계는 공시이율 예실차 이슈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다른 보험사보다 다소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업계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경우 미래 공시이율을 구할 때 금리 곡선의 커브를 적용하는 다수의 보험사와 달리 유효이자율(EIR)을 통해 하나의 상수를 적용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1~3년에 걸쳐 1~5%에 형성된 금리 커브를 EIR로 산출하면 3%가 되는 셈이다.
기준서 상 EIR법에 따르면 체계적으로 구한 단기 이자 외 나머지는 OCI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다. 이에 예실차는 당장의 손익이 아닌 잔액으로 관리하는 게 맞는다는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금감원이 공시이율 예실차의 PL 처리를 오류라고 공식화하면서 보험사들은 OCI 전환이 미치는 재무적 영향의 중요성이 중요해졌다.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설 경우 반드시 소급 적용을 해야 해서다.
다만 삼성생명은 2022년 이래 보험금융손익을 인식할 때 EIR 또는 예상부리이율법(Projected Crediting Rate·PCR)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손익을 배분해왔다는 입장이다.
그간 PCR법은 오랜시간 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AIA생명만 본사 지침에 따라 보험금융손익을 산출할 때 적용해 온 방식이다. 삼성생명은 이를 IFRS17 체제에서 새롭게 추가했다.
계리업계 관계자는 "PCR을 제대로 반영한다면 현재보다 재무적 영향이 줄어 소급 적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삼성의 시나리오"라며 "이 경우 다른 보험사들도 PCR법 적용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응 방안에 삼일 등 회계법인도 분주해졌다.
한 보험사 재무 담당 임원은 "보험부채 역시 금리 영향을 OCI에 반영하는데 공시이율 예실차는 원론적으로 잔액 관리가 맞다"며 "다만 기존 보험사들이 실적 부풀리기 등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손익에 반영했다기보단 회계적 해석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있었던 것뿐"이라고 귀띔했다.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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