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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급증하는 이자부담…어른거리는 '연준 YCC'

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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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급증하는 이자부담…어른거리는 '연준 YCC'

美 연방정부 순이자비용, 국방비 넘어서…'금리 인하' 압박 빌미될 수도

2차대전 때도 YCC 실시…제임스 불러드 "결국 눈물로 끝났다"



트럼프 당선인이 1기 때 이자부담 절감을 위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던 트윗.

출처: 트럼프 당선인 엑스(옛 트위터) 계정.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 연방정부의 지출이 '지속 불가능한 경로' 위에 있다는 진단은 재정정책에 대한 발언을 부담스러워하는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들도 잊을 만하면 들고나오는 레퍼토리다.

연준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때부터 제롬 파월 현 의장까지 정권을 가리지 않고 같은 지적을 제기해 왔지만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팬데믹 충격에서 미국 경제가 회복된 뒤로는 특히 이자를 갚는 데 나가는 지출이 급증하면서 재정적자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고강도 통화정책 긴축이 미 국채금리에 반영된 결과다.

미 재무부의 지난해 12월 재정수지 데이터를 보면, 연방정부가 12개월 누적으로 지출한 순(純)이자비용은 9천억달러를 소폭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사태 직전인 2019년 12월(약 3천750억달러)의 두배를 훌쩍 웃도는 금액이다.

12개월 누적 기준으로 순이자비용은 국방비를 약간 웃돌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회보장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해온 지출 항목인 국방비가 순이자비용에 밀려난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시장성 부채에 지불하는 평균 이자율은 3.3%대를 나타내고 있다. 2021년 1.4%대까지 낮아지기도 했던 평균 이자율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오름세로 방향을 전환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재정증권(T-Bill, 만기 1년 이하 국채)의 평균 이자율이 거의 '제로' 수준에서 한때 5%를 웃돌 정도로 치솟은 점인데,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봐도 지나치지 않다.

수익률곡선의 맨 앞쪽(front-end)에 위치하는 재정증권 수익률은 연준 정책금리의 향방에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때도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거침없이 한 바 있다. 당시보다 이자비용이 훨씬 불어난 현실을 고려하면 다시 연준 압박 카드가 나와도 놀랍지 않은 일이다.

시장 일각에선 지난 미국 대선 훨씬 전부터 연준이 결국 '수익률곡선 제어(YCC)' 정책을 도입할 날이 올 것이라는 추측이 심심치 않게 나왔었다.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연방정부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준이 동원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베테랑 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은 팬데믹 사태 이후 '연준 YCC' 전망을 지속적으로 말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2023년 10월에는 "유권자가 아니라 투자자가 미국 정부에 재정 규율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YCC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이 확정된 직후에는 ING가 YCC를 채택할 의향이 있는 "순응적인 연준"의 출현을 트럼프 2기 체제에서 예상해 볼 수 있는 일로 꼽기도 했다.(지난해 11월 7일 송고된 '[트럼프 당선] ING "연준, YCC 쓸 수도…신뢰성 손상 위험"' 기사 참고)

연준의 YCC 채택은 전례가 없는 게 아니다. 2차대전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국 정부의 지출이 크게 늘어났던 1942년부터 1951년까지 연준은 YCC를 실시했다. 연준이 미 재무부로부터 독립성을 획득하기 전의 일이다.



2차대전 시기 연준의 미 국채 보유액 추이.

출처: 뉴욕 연방준비은행 2020년도 보고서.





당시 연준은 수익률곡선 전체를 억누르는 방법을 사용했다. 초반에는 재정증권 수익률을 0.375%, 최장기 국채 수익률을 2.5% 등으로 고정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연준이 사들인 미 국채는 가파르게 증가했고 통화량은 과도하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물가가 빠르게 올랐고, 1947년 미국의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은 20%에 육박하기도 했다.

YCC를 끝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YCC가 종료 수순으로 접어들자 장기물 영역 수익률이 튀어 올랐고, 연준은 이를 수습하느라 또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팬데믹 발발 직후에는 경기부양 강화 차원에서 YCC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검토만 됐을 뿐 채택되지는 않았다.

당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가자 중 최고참급이었던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020년 6월 한 인터뷰에서 지난 YCC의 역사적 교훈을 거론하며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는 "2차대전 후 수익률곡선 제어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려웠고, 결국 눈물로 끝났다"면서 "그것이 이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한 주요 우려 중 하나"라고 말했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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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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