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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법리스크 일단락…삼성 '경영 시계' 다시 돈다

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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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법리스크 일단락…삼성 '경영 시계' 다시 돈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서 무죄

4년5개월 만에 사법 족쇄 벗어…JY "모든 것 다 할 것"

등기임원 복귀·컨트롤타워 재건 시동걸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김학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실상 사법 족쇄에서 벗어났다. 지난 2020년 9월 기소된 지 4년 5개월 만이다.

이에 삼성의 경영 공백 장기화가 막을 내리고 멈춰있던 경영 시계가 빠르게 돌기 시작할지 주목된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지속, 나아가 경영 전면 복귀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었다.

이 회장은 작년 말 최후진술에서 "지금 저희(삼성)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 "검사의 항소 주장, 이유 없어"…무죄 선고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에게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 차장 등 전현직 임직원도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검사의 항소 이유에 관한 주장 모두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공소 사실을 입증하기엔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에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가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단을 내린 지 1년 만에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게 됐다. 검찰이 이 회장을 기소한 지 4년 5개월 만의 일이다.

항소심 선고공판 출석하는 이재용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검찰은 이 회장이 2015년 삼성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2020년 9월 재판에 넘겼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부정 거래와 시세 조정, 회계 부정 등을 지시하거나 공모했다는 혐의다.

이를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피고인 전원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로 2심이 시작됐다.

검찰은 항소 과정에서 1천360쪽의 항소이유서와 2천300여건의 증거를 추가 제출하는 등 혐의 입증에 애썼다.

작년 11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선 "이 사건은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이 회장에게 1심 때와 동일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합병 당시 주주들을 기망해 재산상의 피해를 끼쳤다면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잃어버린 10년…삼성 '위기 극복' 토대 마련

이 회장은 지난 4년 5개월 동안 손발을 묶었던 사법 리스크를 마침내 털어내게 됐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때부터 계산하면 햇수로 10년이다.

검찰의 상고 가능성이 있지만 사실관계를 다툰(사실심) 1·2심과 달리 법률심인 3심에서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법원은 법리 적용이 제대로 됐는지 여부를 따진다.

2심 법원의 무죄 판단으로 한숨 돌린 이 회장은 향후 경영 보폭을 넓히며 삼성이 직면한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그간 부재했던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동력이 생겼다는 평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제로 이 회장이 사법 이슈로 법원을 드나드는 동안 삼성 경영에는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었다. 정기적으로 법원에 출석하느라 반드시 챙겨야 하는 출장 외에는 장기 해외 체류가 불가능했고, 각종 주요 의사결정도 제때 이뤄지기 어려웠다. 총수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건이 최고경영진들에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온 것은 물론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연매출 성장률이 평균 2% 안팎에 그쳤고, 핵심 사업부문이었던 반도체가 휘청이며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미래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이 회장의 사법 이슈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개발 적기를 놓친 것으로 모자라 대형 M&A는 꿈도 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등기임원 복귀·컨트롤타워 재건 '주목'

무엇보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이 요원했다. 주요 원인이었던 '사법적 족쇄'가 풀린 만큼 향후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삼성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이찬희 위원장은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이 회장의 등기임원 등재를 통한 책임경영 강화와 과거 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 재건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현재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존경받는 일류기업으로 변화하려면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면서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사위원회 위원장(왼쪽)

[촬영: 유수진 기자]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임원에 올랐으나 이후 삼성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2019년 연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이후 회장으로 승진하고도 미등기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임원 신분이다. 10대 그룹으로 범위를 넓혀도 김승연 회장(한화)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HD현대) 둘뿐이다. 다만 이들은 아들인 김동관·정기선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끈다는 점에서 이 회장과 사정이 다르다.

과거 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 재건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그간 재계에선 삼성이 핵심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중장기 전략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선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2017년 부회장이던 이 회장이 지난 직접 미래전략실 해체를 지시한 만큼, 재건 역시 이 회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앞서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삼성이 맞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jyoo@yna.co.kr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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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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