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모저모] 순손실에도 배당하는 LG화학…최대 수혜자는 ㈜LG
(서울=연합인포맥스)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인데 어떻게 배당을 결정하게 된 건가요? 앞으로 플러스(+) 현금흐름(캐시플로)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렇게 결정한 건가요?"
지난 3일 LG화학[051910]이 실시한 '2024년 4분기 컨퍼런스콜'의 마지막 질문은 배당 관련 내용이었다. 요약하면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상 배당을 할 상황이 아닌데 왜 배당금을 주느냐는 것. 이날 LG화학 이사회는 보통주 1주당 1천원, 우선주는 1천5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목이 빠져라 배당을 기다린 주주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앞뒤가 안 맞는 결정이었다. 스스로 정한 기존 배당정책을 깨뜨리면서까지 주주 환원을 고집한 셈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이 2023년 12월 발표한 '3개년(2023~2025년) 배당정책'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지배지분 기준, 일회성 비경상이익 제외)의 20% 이상을 지향하는 것이다. 즉 '배당성향 20% 이상'이다.
문제는 지난해의 경우 배당정책 상 배당을 하지 않아야 하는 상태였다는 점이다. 배당 여부를 가르는 지배지분 기준 당기순손익이 마이너스(-)6천909억원으로 집계됐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 장기화로 영업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한 결과다. 기존 계획(4조원)의 절반 정도로 캐팩스(설비투자)를 줄였는데도, 연간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조원대였다.
그런데도 LG화학은 배당을 한다. 이 부분에 의아함을 느낀 JP모건 소속 애널리스트가 컨콜에서 까닭을 물었다.
LG화학 IR 담당은 "2024년엔 앞서 설명한 시장 환경의 여파로 인해 배당 정책상 배당가능이익이 산출되지 않았다"면서도 "주주 환원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당 1천원(보통주 기준)의 배당을 결정했다"고 대답했다. 해당 내용은 IR 자료와 공시에도 똑같이 명시됐다.
사실 LG화학은 지난 10여년간 평균 배당성향이 30% 이상을 기록했을 정도로 배당에 후했던 회사다. 지난 2020년엔 배당성향 151.8%를 찍었고, 이듬해엔 주당 1만2천원씩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그러다 2023년에 '3대 신성장동력' 투자 집중을 위해 배당성향을 20%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해당 투자로 인한 회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2028년 이후엔 배당성향을 30%로 높이는 안도 이미 검토 중이다.
[출처:LG화학 IR자료]
이처럼 배당에 '진심'인 LG화학이기에 약소하지만 '깜짝 배당'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배당으로 유출되는 현금(배당금 총액)은 총 787억원이다. 특히 작년 3월 정관 개정을 통해 '깜깜이 배당'을 없앤 만큼, 올해는 오는 3월 30일을 기준일 삼아 배당금을 지급하게 된다.
배당금은 모든 주주가 보유 주식 수만큼 수령한다.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건 단연 최대주주인 ㈜LG다. ㈜LG[003550]는 작년 6월 말 기준 LG화학 보통주 2천353만4천211주(30.06%)를 보유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대와 배당 수익 확보 차원에서 총 3천억원 규모의 LG화학 주식 매입에 나선 상태다. 작년 11월 한 달간 절반(1천500억원·49만3천879주)을 취득 완료해 현재는 보유 주식 수가 2천402만8천90주로 늘었다.
오는 6일부터 약 한 달간 나머지 1천500억원어치도 마저 사들일 예정이다. 최근 주가가 하락해 3일 종가 기준으로 67만5천675주다. 배당기준일이 다음 달 30일로 정해진 만큼, 추가 취득한 주식 전량을 포함해 약 2천470만주에 대해 배당금을 받을 전망이다.
원래 배당정책대로라면 ㈜LG가 오는 4월 LG화학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은 0원이었다. 하지만 '깜짝 배당' 선언 덕분에 수백억 원 대의 배당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순수지주사인 ㈜LG는 ▲배당 수익 ▲상표권 사용 수익 ▲임대수익이 주 수입원인데 그 중 자회사 등으로부터 받는 배당금 수익의 비중이 가장 높다. ㈜LG 역시 수익을 확보해야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할 수 있고, 주주에게 배당금도 줄 수 있다.
특히 최근엔 LG화학과 LG생활건강[051900] 등의 이익 감소 여파로 배당 수익이 매년 줄어드는 추세였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022년엔 567억원이었지만 2023년엔 539억원, 지난해는 432억원으로 집계됐다. (산업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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