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끝장토론 합시다"…KB국민銀, '리딩뱅크' 수성 전략 모색
격주 토요일 출근해 심층 토론…본원 경쟁력·디지털·AI 등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수용 기자 =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격주 주말마다 주요 임원들을 불러 모아 '끝장 토론'을 하며 '리딩뱅크' 수성을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 모색에 나섰다.
금리 인하 추세 속에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고,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 전망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대안을 찾겠다는 게 목표다.
◇취임 후 주말 소통 강화…머리 맞대고 열린 토론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이환주 행장 취임 이후 매월 첫째·셋째 주 토요일 '심층 토론회'를 열고 있다.
삼성·SK 등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임원들이 주 6일 근무를 하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할 당시 지주 차원에서 간혹 주말 출근을 시행하긴 했지만, 은행 차원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주도한 것은 처음이다.
토론 주제는 그때그때 이 행장이 직접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는 데, 한 분야에 국한될 수 있지만 주로 여러 어젠다가 섞인 광범위한 논의가 주를 이룬다.
해당 주제와 관련 있는 임원들이 출근해 토론회를 진행하고,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다고 한다.
이슈에 관한 현안을 공유하고 조직에 어떻게 적용할지 함께 공부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지난 1월 주말 회의는 컨설팅사에서 발표한 경쟁력 리포트를 바탕으로 국민은행의 본원적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달 주제는 디지털·인공지능(AI)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평일에 시간 등에 쫓겨 심층적으로 논의하지 못한 사안에 대해 좀 더 심도있게 고민해보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눠보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일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임원들 간 소통을 통해 경쟁력 회복의 길을 마련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주말 출근이 이례적인 건 아니다.
작년 초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삼성·SK그룹 등이 임원 주6일제를 시행하자 금융권에도 임원의 주말 근무 문화가 퍼진 바 있다.
2023년 대통령의 '종노릇' 비판 당시에도 주말에 출근해 상생방안 마련에 분주했고, 작년 말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주말에 나와 대응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리딩뱅크 명성 되찾자"…시너지 중점
국민은행 안팎에서는 이 행장 취임 이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주말 출근이라는 데 의미가 남다르다고 보고있다.
KB금융이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며 확실한 '리딩그룹' 자리를 굳힌 것과 달리 은행만 보면 실적이 아쉬운 상황이다.
국민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3조2천518억원으로, 3조6천954억원을 올린 신한은행과 3조3천564억원을 거둔 하나은행에 이어 3등에 머물렀다.
작년 1분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충당부채 전입의 영향이 있다고 해도 다소 약화됐다.
국민은행의 작년 순수수료 이익은 1조1천129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특히 신탁 수수료 이익은 2천410억원에서 1천830억원으로 감소했다.
주요 경쟁 은행과 비교해 해외 법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신한은행의 베트남법인은 작년 2천64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 달리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KB뱅크)은 2천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냈고, 캄보디아 프라삭 은행은 아직 그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도 보고서에서 "부코핀은행은 부실자산 정리가 진행 중이지만 국민은행 부실자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며 "자회사 국가의 경제리스크가 한국보다 높은데, 캄보디아 프라삭 은행도 자산건전성 악화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업이익경비율(CIR) 측면에서도 국민은행은 43.3%로 신한은행 41.8%, 하나은행 42.4%와 비교해 높기 때문에 경영 효율성을 높일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 행장이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경험한 만큼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안다"면서 "첫 임기에 얼마나 성과를 보여줄지에 따라 향후 경영승계구도에서 부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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