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고수③] NH아문디 안형준 "중소형주 '갯벌 속 진주' 찾습니다"
"기업 실적·산업 성장성·매크로 환경 골고루 따져야"
"박스권 장세에 중소형주 매력↑…유통주 반등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1천개 이상의 중소형주 가운데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알짜 종목을 발굴하는 건 갯벌 속 진주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NH-Amundi성장중소형주펀드'를 운용하는 안형준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 차장은 2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 수가 350개인 반면에 시가총액 1천억원, 4조 이하에 속하는 종목 수는 1천566개에 달한다"며 "그만큼 종목 풀(Pool)이 넓기 때문에 좋은 종목을 찾기 위해선 직접 발로 뛰고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주는 시장 참여자의 관심도 높고 상대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낮아 기업 가치가 주가에 반영된 경우가 많지만, 중소형주는 시장에서 소외돼 적정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이 많다"며 "이러한 기업을 발굴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설정된 NH-Amundi성장중소형주펀드는 코스피 시가총액 100위 안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시총 1천억원 이상, 4조원 이하에 해당하는 코스피·코스닥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NH-Amundi성장중소형주펀드의 19일 A1 클래스 기준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4%, 1년 수익률은 17%로 벤치마크(BM) 대비 각각 약 4%포인트(p), 18%p의 초과 수익을 달성했다. 전체 운용펀드 순자산은 1천2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주요 편입 종목으로는 두산, SK하이닉스, 삼양식품, 효성중공업, 비에이치아이, 성광벤드, 경동나비엔, HD현대미포, 더존비즈온, 한국단자 등이 있다.
안 차장은 "중소형주의 매력은 성장 초기에 투자해 기업의 가파른 성장을 함께 하며 그 수혜를 톡톡히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다만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에 따라 변동성이 커 전문가에 맡겨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안 차장은 2011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2016년 운용업계에 뛰어들었다. 안다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현 하나자산운용)에서 주식운용을 담당했고 2019년 NH아문디자산운용에 합류했다.
애널리스트 시절에 쌓은 기업분석 경험은 펀드 매니저를 맡은 지금까지도 탄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안 차장은 "중소형주 펀드를 맡은 매니저들은 그야말로 발로 뛰어야 한다"며 "한 달에 30여 개의 콘퍼런스콜을 소화하면서 기업 공부를 하는데 기업이 속한 산업의 성장 가능성, 기업의 경제적 해자, 경쟁사 대비 비교 우위, 실적 전망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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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Amundi성장중소형주펀드에는 통상 100~120개의 종목이 편입된다. 다수의 종목이 편입되는 만큼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매크로(거시) 환경, 투자심리 변화도 유심히 봐야 한다고 안 차장은 강조했다.
지난해 상반기 5% 넘게 오르던 코스피는 하반기에 들어서자 경기 침체 우려와 미 대선 전후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이 더해지며 14% 급락했다. 지난해 코스피는 전년 말 대비 수익률 -9.6%를 기록하며 주요국 중 최하위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시장 흐름에 따라 NH-Amundi성장중소형주펀드 수익률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탔지만, 그나마 다른 펀드보다 성과가 양호했던 건 글로벌 경기 흐름을 읽고 선제 방어에 나섰기 때문이다.
안 차장은 "당시에는 매크로 상황 자체를 보수적으로 봐서 상반기에 수익이 난 반도체 등의 종목은 일부 차익실현하고 삼양식품 등 식품업종이나 방산, 미용·의료기기 등 경기를 잘 타지 않는 경기 방어주로 하락장에서 수익률을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년 가장 많이 하락했던 이차전지 주식이나 화학 관련주는 거의 들고 있지 않았고 건설주는 1주도 편입하지 않았다"며 "어떤 자산을 편입할 때 고정적인 기준을 내세우기보다는 경기 사이클이 어디에 와있는지, 유동성 장세인지, 실적 장세인지, 투자심리는 탐욕·공포 구간 중 어디에 와있는지 등을 파악해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우려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투자환경은 녹록지 않다. 그러나 안 차장은 상황이 마냥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코스피가 글로벌 주요 증시 중 최하위 성적을 기록했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매우 낮아 한국 증시의 하방 경직성은 높다"며 "올해 국내증시 지수 자체는 크게 오르지도 빠지지도 않는 박스권 장세를 예상하지만, 과거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 개별 종목의 흐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내수 부진에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며 직격탄을 맞은 유통주의 경우 주가가 많이 빠진 만큼 올해 다시 반등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 차장은 "올해 6월쯤 내수가 바닥을 찍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마트, 신세계, 편의점 관련 유통주는 '수급이 비었다'고 할 정도로 주가가 많이 빠져 있는 상태인데, 정부가 내수부양책을 꺼내들 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주가가 고공행진한 조선주에 대해선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어 조선주를 차익실현한 뒤 주가가 빠진 종목들 위주로 살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안 차장은 "2010~2016년 코스피가 장기 박스권에 갇혀 있었지만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모바일게임, 건자재, 엔터, 보톡스 등 연간 2~4배 높게 상승한 중소형주가 매년 나왔다"며 "박스권 장세에선 성장에 대한 프리미엄이 커지고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개별주가 돋보여 밸류에이션이 높아진다. 올해도 성장하는 중소형주가 대거 나오는 장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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