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보수 연 8천만원…이사회서 안건 반대는 '0'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이수용 기자 =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연 8천만원에 가까운 보수를 챙기면서도 이사회 주요 안건에 대해선 '찬성'만 하는 거수기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 포트폴리오 확대에 따라 경영 리스크도 한층 커지는 가운데 각종 금융사고로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이 큰 상황에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많게는 '억' 받는 사외이사…시급은 20만원 상당
7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가 공시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사외이사 31명의 연보수는 평균 7천960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평균 7천970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총 32명 중 우리금융의 지성배 사외이사는 IMM 프라이빗에쿼티(PE)의 내규에 따라 사외이사 보수를 받지 않는다.
KB금융의 사외이사 보수 평균이 9천2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우리금융 8천만원, 신한금융 7천800만원, 하나금융 7천만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주주총회 이후 선임된 사외이사의 경우 선임 이후 연간 보수를 지급받는데, 하나금융은 9명 중 4명이 신규 사외이사기 때문에 평균 보수가 낮았다.
KB금융의 경우 이사회 의장인 권선주 이사가 지난해 1억266만원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고, 여정성(9천900만원), 오규택(9천800만원), 조화준(9천700만원) 등의 이사도 1억원에 육박하는 보수를 챙겼다.
우리금융 정찬형 이사회 의장이 9천450만원, 신한금융 윤재원 의장이 9천210만원, 하나금융 이정원 의장이 8천917만원을 수령했다.
사외이사는 기본급 외에도 이사회 및 위원회에 따라 매번 100만원가량의 보수를 추가로 받아 위원회 개최 수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
작년 사건·사고에 더해 금융지주의 경영상 업무가 늘어나면서 이사회 개최도 늘어났다.
신한금융이 개최한 이사회 및 위원회 수는 2023년 69회에서 작년 72회로 늘었고, 하나금융은 58회에서 63회로, 우리금융도 57회에서 62회로 늘었다.
신한금융은 자회사 내부통제 사고 심의를 위한 위험관리 위원회가 추가로 열렸고, 우리금융은 포스증권 인수 및 생명보험사 인수 결정, 금융사고에 따른 준법감시인 교체 등으로 임시 이사회가 늘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면서 위원회 횟수가 늘었고, KB금융은 2023년 회추위를 포함해 73회 진행했으나 지난해엔 65회로 줄었다.
사외이사 1인당 진행한 이사회 및 위원회 평균은 우리금융 46.5회, KB금융 44.5회, 신한금융 35.5회, 하나금융 33.4회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금융과 KB금융은 7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9인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위원회 당 사외이사의 업무 시간은 12.5시간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금융 10.5시간, KB금융 9.6시간, 우리금융 8.8시간 순으로 나타났다.
시급으로 따지면 KB금융은 21만4천원, 하나금융은 20만3천원, 우리금융은 19만8천원, 신한금융은 17만9천원인 셈이다.
◇이사회 향한 요구 높아지는데…여전한 거수기
최근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며 사외이사의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억대 연봉을 받는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결의 안건에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 KB금융의 경우 총 12회, 신한금융은 총 14회, 하나금융 총 11회, 우리금융 총 17회의 이사회가 개최됐다.
이들 이사회에선 경영계획·예산 결정부터 배당이나 채권 발행, 책무구조도 제출, 각종 내부규범 개정 등에 대한 안건이 상정됐는데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경영활동을 견제·감시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음에도, 여전히 경영진의 '찬성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사외이사가 주요 보고 안건에 대해 총 10건 이상의 조언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 사외이사는 미국 등 해외 부동산 경기 악화 우려에 따라 해외대체투자 모니터링 강화를 요청하기도 했고,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과제의 추진 주체가 이사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나금융 사외이사도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강화를 촉구하며, 그룹 차원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에선 사외의사가 따로 의견을 낸 사례는 없었다.
이런 현실에 금융당국도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5대 금융지주를 불러 모아 사외이사의 내부통제 역할 강화를 당부하며 "이사회의 전문성 함양은 금융회사 차원의 균형감 있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이루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고 강조했다.
금융지주들도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 중이다.
신한금융에선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와 위험관리위원회 개최 횟수를 늘렸고, 특히 소비자보호 활동 등에 대해서는 분기 1회 등 정기적으로 이사회 보고를 통해 중점 관리하고 있다.
또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에 방점을 두고 전관예우보단 외부 출신 사외이사를 찾기 위해 '인선자문단' 도입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군을 상시 관리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식 이사회 전에 간담회에서 이사회 상정 안건을 사전에 공유하고, 논의해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따로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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