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주가 누르던 영구채 리스크 '끝' 보인다
이달 중 '마지막' 콜옵션 행사…7천200억 규모
산은·해진공 주식 전환 택할 듯…합산 지분율 72% 육박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영구채 불확실성이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과거 해운업황 악화로 현금 유동성이 말랐던 시절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상대로 발행한 '마지막' 영구채를 털어낼 기회가 곧 도래하기 때문이다. 수년간 HMM을 괴롭혔던 신주 발행 리스크가 사라지는 만큼, 주가가 힘을 받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011200]은 이달 중순께 산은과 해진공에 7천200억원 규모의 '제197회 전환사채(CB)'에 대한 조기 상환 의사(콜옵션)를 밝힐 예정이다.
지난 2020년 4월 발행한 30년 만기 영구채다. 산은과 해진공이 각각 절반(3천600억원)씩 인수했다. 아직 만기까지 25년이 남았지만 상환을 서두르는 건 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스텝업(Step up)' 조항 때문이다.
해당 CB의 경우 발행일로부터 5년 동안은 이자율이 연 3%지만, 6년째에 접어드는 순간 3%가 가산된다. 즉, 이전의 두 배인 6%가 된다는 얘기다. 7년 차부턴 매년 0.25%씩 추가돼 최고 10%까지 높아질 수 있다.
다음 달이 바로 발행 만 5년이 지나서 6년째가 시작되는 시기다. HMM으로선 이자 비용을 두 배로 부담하면서까지 상환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현금 곳간이 두둑한 상태기 때문이다.
HMM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15조원으로 산출된다. 연결 재무제표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9천925억원이고, 기타유동금융자산이 13조3천497억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 1월부터 9개월간 거둬들인 이자수익만 4천675억원으로 파악된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연합인포맥스]
다만 돈을 갚고 싶다고 해서 갚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채권자인 산은과 해진공이 HMM의 상환 의사를 받아들여야 가능하다. 이들은 다음 달 중순께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해운업계에선 전례와 전환가액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이 이번에도 HMM의 중도 상환을 거절할 걸로 예상한다. 주식 전환권을 행사해 시장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주식 수를 늘릴 기회기 때문이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5천원으로, 현재 HMM 주가(7일 종가 기준 2만1천650원)의 '4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HMM 주가가 5천원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없는 만큼, 일단 확보해두면 향후 지분 매각 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례도 여러 차례 있다. HMM은 2021년 6월부터 이번까지 총 여덟 번 신종자본증권 상환 이슈를 마주했다. 2016~2020년에 산은과 해진공을 상대로 발행한 사채의 만기, 혹은 스텝업 시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온 결과다. 총 3조5천800억원 규모였다.
그때마다 채권단은 주식 전환을 택했다. 2021년 6월 첫 주식 전환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익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다. 당연히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발언한 게 사실상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했다. 양대 주주는 배임을 이유로 매번 주식 전환을 선택했고, HMM의 중도 상환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걸로 내다본다.
[연합인포맥스]
그래도 이번에 마지막 영구채를 털어내면 추가 주식 전환 우려가 사라져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기대가 높다. HMM이 지난 1월 발표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맞물려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될 거란 예상이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증권업계에서는 "HMM은 실적이 기대 이상이지만 영구채 물량에 따른 신주 발행을 감안해 목표가를 하향한다"는 진단이 잇따랐다. 양대 주주의 전환권 행사 가능성이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해온 것이다. 전환에 따른 신주 발행 시 이들의 지분율은 높아지지만, 나머지 주주들은 지분이 희석된다.
산은과 해진공이 이번에도 주식 전환을 추진하면 지분율이 72% 수준까지 높아진다. 산은 36.02%, 해진공 35.67%다. 이는 향후 HMM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딜 구조가 짜일지 아직은 예상할 수 없지만 원매자의 자금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양대 주주가 머잖아 지분율을 낮추는 작업을 추진할 거란 예상도 내놓는다. HMM이 밸류업의 일환으로 연내 2조원 규모의 자기 회사 주식(자사주)을 매입하기로 한 만큼, 이들의 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도록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다. 시기상 영구채 주식 전환이 끝나는 4월 이후 관련 작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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