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모저모] 점심시간 1시간 제한하는 여의도…기강 잡기 확산
(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여의도 금융권에서 점심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직원들의 발걸음이 부쩍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한 증권사가 직원들의 점심시간을 1시간으로 명확히 제한하기 시작했고, 이를 시작으로 최근 동일 금융지주 계열의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에서 동시에 점심시간을 철저히 지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점심시간 준수부터 출·퇴근 시간 엄수와 시간외근로 등록 필수 등 근무 전반의 복무 기강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회사 내부적으로 점심시간을 엄수하는지 확인하고, 직무별로 교대하거나 상시 대기 인원을 두는 등 점심시간 세부 지침까지 등장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법정 근로시간이 8시간이면 휴게시간은 점심시간을 포함해 1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동안 유연하게 점심시간을 사용하던 문화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점심시간 제한은 최근 금융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점심시간 문제가 아닌 금융권 차원의 기강 잡기와 맞닿아있다는 해석이 많다.
여의도를 대표하는 금융투자업계는 홈플러스 채권 판매로 '불완전판매' 논란에 또다시 휩싸였다. 여기에 운용 허위보고, 국고채 입찰 담합 등 문제도 얽혀있다.
금융권 전체로 넓혀보면 은행권의 횡령 사고는 잊을 만하면 계속 터지고 있다.
개인의 일탈이든 시스템의 부재이든 느슨한 기강은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한편 여의도 직원들은 여유 있게 식사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던 문화가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여의도는 금융회사가 밀집해있다는 특성상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장 정보를 공유하고 업계 동향이나 사업 기회를 찾기도 했다.
다만 점심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면서 근무 기강을 강화하는 조치를 이해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점심시간을 오전 11시로 앞당기는데, 회사에 복귀하는 시간을 오후 1시로 유지하면 휴게시간은 2시간에 가까워진다.
시간 낭비를 줄이고, 정해진 근무 시간에 업무 효율을 높이자는 생각이다.
점심시간 축소를 비롯한 근무 기강 강화가 여의도 점심시간 풍경을 바꾼 후에 금융권의 업무처리 방식과 효율성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한두 개 금융사에 국한되지 않을 거란 기류도 감지된다.
한 금융사의 직원은 "(업계와 시장)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자체적으로 다들 좀 점심시간을 잘 지키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증권부 노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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