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기후변화, 예상밖의 테일리스크…스트레스테스트 진행"
(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권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기후 리스크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4일 연세대에서 열린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지금까지 금융기관이 주로 관리해온 위험 요인은 대출 부실, 부동산가격 변동과 같은 경제적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변수는 기존 금융시스템에서 고려하지 못한, 예상 밖의 '테일 리스크(tail risk)'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과 2019년 6개월간 지속된 호주 산불 등을 언급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특정 지역에 대규모 피해가 집중된다면, 가계와 기업이 입은 손실이 이들과 연결된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기후 리스크가 우리 산업구조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해 금융기관들과 함께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를 국제기준에 맞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도 부연했다.
이 총재는 "'친환경'의 정의를 더욱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탄소감축을 위한 분명한 방향성을 제공하는 신호등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배출권의 가격도 보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4월 기준 탄소배출권 가격은 전 세계 평균이 톤당 약 30달러, EU는 60달러에 달했던 반면, 우리나라는 불과 6달러 수준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과도하게 낮으면, 기업들은 탄소를 줄이기보다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탄소배출권 거래제(K-ETS)를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90%에 달하는 무상 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배출권 총량(Cap)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기업들이 시장 원리에 따라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유인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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