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이 시연 지켜본 한화세미텍, 마침내 SK하이닉스 뚫었다
TC본더 납품 계약 체결…210억 규모
김 회장 "국격에 기여한단 자부심으로 최선 다해달라" 당부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한화세미텍(옛 한화정밀기계)이 마침내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용 TC본더를 공급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한화 판교 연구개발(R&D)캠퍼스를 찾아 장비 시연을 지켜 본지 4개월여만이다.
당시 김 회장은 "반도체는 첨단 기술 혁신을 견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며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해당 발언은 시장에서 한화세미텍의 납품 성사가 임박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14일 한화세미텍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SK하이닉스[000660]와 HBM 제조용 반도체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7월까지 210억원 규모의 TC본더를 납품하는 내용이다. 한화세미텍이 고객사로부터 HBM용 TC본더를 주문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SK하이닉스의 퀄테스트(품질검증) 마지막 단계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2020년 TC본더 개발에 착수한 지 4년여 만에, 지난해 본격적으로 퀄테스트에 뛰어든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다. 이번 계약 성사로 한화세미텍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 공급체인'에 합류하게 됐다.
TC본더는 열 압착 방식으로 가공을 완료한 반도체 칩을 회로 기판에 부착하는 장비로, 'AI 시대'에 주목받는 고부가 HBM의 수율을 좌우할 만큼 중요도가 높다.
한화세미텍은 2023년 말 ㈜한화 모멘텀부문의 반도체 장비 사업부를 양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반도체 전 공정으로 확대했다. 이후 HBM 제조의 핵심인 TC본더 기술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출처:한화세미텍]
사실 시장에서는 한화세미텍의 퀄테스트 통과 및 납품 성사가 '시간 문제'라고 봤다. HBM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원하는 SK하이닉스의 니즈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한미반도체[042700]가 만든 TC본더만 써왔었다.
무엇보다 김승연 회장이 작년 말 TC본더 시연을 지켜본 것도 유력한 근거가 됐다. 현실적으로 퀄테스트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면 굳이 김 회장에게 장비를 선보이지 않았을 거란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를 한화세미텍의 '자신감'으로 해석했다. 이날 김 회장은 사실상 처음으로 한화 반도체 사업에 대해 언급하며 담당 임직원을 격려했다.
글로벌 HBM 시장은 AI 수요 급증에 따라 최근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HBM 시장 규모가 지난해 182억 달러에서 내년 467억 달러로 15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세미텍은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반도체 전후 공정을 아우르는 다양한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플립칩 본더 등 기존 자체 보유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HBM TC본더 연구개발에 지속해 공을 들인 끝에 비로소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sjyoo@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