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스탈 인수 재시동 거는 한화그룹, TRS도 활용
1천687억 투자해 지분 9.91% 취득
TRS 계약으로 9.9% 확보…최대주주 등극 예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한화그룹이 호주 방산·조선기업 오스탈 인수를 재추진한다. 작년 9월 말 오스탈 측의 비협조로 인수 작업을 중단한 지 5개월여 만이다.
특히 이번엔 호주에 인수를 위한 투자법인을 별도로 설립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현지 증권사와 체결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바탕으로 오스탈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8일 한화시스템[272210]은 해외 종속회사인 HAA No.1 PTY LTD가 이날 1천687억원을 투자해 호주 오스탈(Austal Limited) 지분 9.91%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호주증권거래소에서 총 4천120만주를 장외 매수 방식으로 사들였다.
HAA No.1 PTY LTD은 연초 한화그룹이 투자업 수행을 위해 호주 현지에 세운 법인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제삼자 배정 유증을 실시하며 최대주주가 한화시스템으로 변경됐다.
유증을 통해 조달한 2천669억원은 전액 타법인 증권 취득에 쓴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모두 유증 참여 목적에 대해 "호주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HAA No.1 PTY LTD는 호주 현지 증권사와 오스탈 지분 약 9.9%(1천553억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TRS 계약도 체결했다.
TRS는 자금 부족이나 규제 등으로 인해 자산을 매입할 수 없는 투자자를 대신해 증권사 등이 기초자산을 매입하고, 자산 가격이 변동하면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신용 파생금융상품이다. 이 계약으로 한화그룹은 직접 지분을 보유하진 않지만, 실제 보유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날 한화는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에 오스탈에 대한 19.9% 지분 투자 관련 승인도 신청했다. 승인이 나면 한화그룹은 오스탈의 현 최대주주인 타타랑벤처스(17.09%)를 제치고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오스탈 인수에 상당한 공을 들였으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화 측이 당시 주가에 약 30%의 프리미엄을 얹은 '매력적인' 금액을 제시하고, 1년 동안 인수 제안을 세 번이나 하는 등 적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오스탈 측은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실사를 위해선 5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했고, 미국과 호주 당국의 승인이 어려울 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한화는 오스탈 이사회가 '딜 클로징'에 협조할 의사가 없다고 보고 첫 제안 후 1년여 만에 협상 중단을 통지했다.
다만 당시 한화그룹은 "호주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해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혀 추후 재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재도전에 나섰다.
한화그룹이 오스탈 인수를 추진하는 건 글로벌 조선·방산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와 영향력 강화 목적이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 함정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많아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오스탈을 품으면 한화오션, 그리고 한화오션이 지난해 인수한 필리조선소와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jyoo@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