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전략 ETF, 187조 시장의 새 트렌드로…커버드콜에 버퍼형까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옵션 전략을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ETF 시장의 새로운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 지수 추종을 넘어 수익성 강화와 리스크 관리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니즈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옵션 전략 ETF가 속속 출시되는 흐름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 규모는 2022년 말 78조5천억원에서 지난달 186조7천억원으로 2배 이상 급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커버드콜 ETF와 버퍼형 ETF 등 옵션 전략을 활용한 ETF가 인기다.
◇커버드콜 ETF, 고배당주의 대안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해당 자산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옵션 매도로 얻는 프리미엄이 추가 수익원이 되어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커버드콜 ETF는 39개다. 이 중 28개가 지난해 이후 상장됐다. 최근 1년 사이 관련 상품이 집중적으로 출시된 셈이다.
커버드콜 ETF 인기는 세제 변화가 한 요인이다. 국세청은 올해부터 해외 펀드 운용사가 현지에 납부한 배당소득세 15%(미국 기준)에 대한 환급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개인연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절세계좌에서 해외 주식 ETF 분배금의 과세이연 효과가 사라졌다. 반면 국내 주식 배당과 옵션 프리미엄에 대한 과세 이연 효과는 유지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이러한 상품에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은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1천300억원 순매수했다. 'RISE 200위클리커버드콜'도 530억원의 순매수가 이어졌다.
커버드콜 상품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연 15% 분배를 목표로 하는 'PLUS고배당주위클리고정커버드콜' ETF를 상장했다. 이 상품은 콜옵션 매도 비중을 자산의 30%로 제한해 상승장에서의 수익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분배금을 노린다.
◇하락장 방어하는 버퍼형 ETF도 출시…아시아 최초
커버드콜ETF에 이어 버퍼형 ETF도 국내 시장에 등장한다.
시장 변동성 확대로 하락 위험 방어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늘면서 삼성자산운용은 아시아 최초로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 ETF를 25일 상장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S&P500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고 풋옵션을 활용해 약 1년 동안 10% 수준의 하락을 완충하는 구조다.
버퍼형 ETF의 핵심은 하락 위험을 부분적으로 제거하는 데 있다. S&P500 지수가 22% 하락했을 경우, 10% 완충 효과가 적용돼 실제 투자자 손실은 12%로 줄어든다. 반면 상승폭은 사전에 설정된 '캡' 수준(약 15~20% 예상)까지로 제한된다.
실제 성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2년 3월부터 이러한 구조로 투자했다면, S&P500 지수가 11.3% 하락한 상황에서도 버퍼형 ETF는 1%만 하락했다. 반대로 강세장이었던 2023년 3월부터 1년간 S&P500이 31.5% 상승했을 때는 이 상품이 22.4% 상승하며 지수 상승률의 상당 부분을 효과적으로 따라갔다.
◇다양해지는 ETF 시장…투자 주의점도
ETF 시장 다양화는 세계적 추세다. 미국에서는 주간 단위로 분배금을 지급하는 ETF가 출시됐으며 테슬라(롱)·포드(숏) 등 산업 내 혁신기업과 전통기업에 롱숏 전략을 취하는 ETF도 인기다.
미국의 버퍼형 ETF 규모도 3년 연평균 성장률이 79%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옵션형 ETF에는 주의할 점도 있다. 최근 커버드콜 ETF 급증으로 주가지수 옵션 매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 경우 옵션 프리미엄(가격)이 감소해 분배율이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커버드콜 전략은 주가가 크게 오를 경우 콜옵션이 행사되며 상승 수익이 제한된다. 박스권 장세에서는 유리하지만 강세장에서는 일반 지수 ETF보다 수익률이 낮다. 분배율이 높더라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운용사 관계자들은 "강세장을 예상한다면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며 "횡보장세나 조정장 예상 시 커버드콜과 버퍼형 ETF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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