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조이기 압박에도 금리 안 올린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초강수 압박에 핀셋 규제로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 인상 카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당국이 자율 관리 강화 속에서 '운용의 묘'를 찾으라고 언급했던 만큼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들은 가계 대출 관리에 대해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했던 기조와 상반된다.
작년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8월에 9조2천억원을 보인 뒤 줄어들었다. 당시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서로 질세라 금리를 인상하며 대출 억제책을 펼쳤다.
올해 초부터는 당국과 정치권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고 요구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1월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은행들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은행권에서는 2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 이후 10~20bp(1bp=0.01%포인트) 수준으로 대출금리를 내렸다.
이후 당국은 가계대출 관리에서 사실상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지난 17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상황별로 '운용의 묘'를 살린 금융회사 스스로의 자율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또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은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제한 등으로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부터 다주택자가 서울 소재 주택을 살 때의 주담대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 또 서울 지역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도 막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이르면 다음 주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 대한 다주택자 주담대를 제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작년 말에도 금리 인상을 했다 다시 허겁지겁 내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가격적인 수도권 핀셋 규제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다만, 가계 대출 상승분이 확대되면 대출금리 인상도 후순위 카드로 꺼낼 수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4조3천억원 늘어 전 달 9천억원의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됐다.
특히 주담대는 5조원 늘며 직전 달 3조2천억원 대비 증가 폭이 확대됐다.
은행의 변동형 대출금리의 기준 중 하나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5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 2월 기준 2.97%로 내렸다. 지난 2022년 8월 이후 코픽스가 2%대로 내린 셈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해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대출금리 내림세는 이어질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추가적인 대출 금리 인하를 최대한 미루는 방식이 최선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은행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 전에 간접적으로 우대금리가 폐지되고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오는 24일부터 시중은행에서 수도권의 신규 분양 주택을 담보로 디딤돌대출 실행 시 적용하는 우대금리 0.1%포인트를 폐지하기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가장 강력하면서 단순한 억제 정책이기에 작년에는 대출이 몰리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올렸지만, 당국에서 지적이 나왔다"며 "지금은 금리 인상이 후순위 카드다. 최근 금리를 낮추고 있어 바로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smha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