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관전 포인트②] 트럼프가 미국의 힘을 과신할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무역 상대국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한다면, 관세 조치의 효과도 빠르게 사그라들 수 있다.
2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무역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한 국가의 수출이 잠재적인 제3의 시장으로 우회하는 속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관세를 통해 중국의 수출을 강하게 억제하더라도, 중국의 제3국가수출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미국에서의 손해를 흡수해줄 다른 상대국들이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스위스 IMD 경영대학원의 사이먼 에버넷 지정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 국제통상협회(WITA)가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현재 중국의 수출 증가율로 볼 때, 중국은 미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피해를 보더라도 3년 이내에 그것을 모두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2개월 이내에 미국으로부터 피해를 본 수출 판매를 대체할 능력이 있는 나라는 70개에 달한다"며 "호주도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호주는 주로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생산된 상품을 수출하는데, 미국으로의 수출이 배제되더라도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국가로의 수출 증가 덕에 1년 안에 미국으로부터의 피해를 모두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에버넷 교수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세계 수입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지난 2000년 19.6%에서 최근 13.5%까지 떨어졌다. 그는 2030년이면 100개국 이상이 미국 시장에서 격리되더라도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출처 : Simon Evenett
다른 나라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즉 레버리지가 감소하고 있다는 데는 여러 전문가가 동의한다.
조지타운대 제니퍼 힐먼 법학 교수는 "지난 10년간 지역화(regionalization)가 늘어났다"며 "예를 들어 아시아나 유럽 내에서 무역이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국가가 예전처럼 미국 시장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2023년 중국 수출시장에서 약 15%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 2000년의 21%보다 낮아졌다.
많은 국가가 자신들의 경제와 경제를 다각화하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고, 이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힐먼 교수는 "미국이 무역 상대국에 대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영향력의 범위를 과장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 시장에서 제외되면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겠지만, 미국도 보복 조치를 받을 경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ywkwo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