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초강력 충격파…한은, 조기 금리인하 나설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강력한 관세 공격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미국의 이번 관세안이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충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이 예상했던 올해 성장 1.5% 전망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다소 신중했던 한은의 스탠스에도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고조시킬 수 있는 만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행보와 달러-원 환율 등 통화정책 여건의 복잡성이 한층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진단도 제기된다.
◇예상밖 초강수에 한은도 '깜짝'…성장 전망 흔들
미국은 이날 발표한 상호관세에서 우리나라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오는 9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은 또 중국에 34%, 베트남에 46%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아시아 주요 무역상대국에는 초고강도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과 베트남 등은 우리 수출 기업의 중요 생산기지인 만큼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도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여기에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관세 방안도 내놨다.
다만 반도체가 이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점은 그나마 안도감을 주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이런 조치는 기존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수라는 게 한은의 평가다.
한은은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한 가운데, 고관세와 보복관세 등 비관적인 상황의 경우 국내 성장률이 0.1%포인트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예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강한 조치가 나온 것은 맞는다"면서도 "다만 향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출 여지가 있는 만큼 향후 협상 과정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온 것 같다"면서 "관세 시행일이 9일이라 당장은 협상의 여지도 크지 않을 수 있고,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은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런 만큼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A외국계은행의 관계자는 "당장 한은의 2분기 전기대비 성장 전망이 0.8%인데,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월 인하도 테이블 오르나…물가·환율도 촉각
예상외 관세 충격이 현실화하면서 한은의 경기 대응 필요성은 더욱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이 사실상 가능성을 열지 않았던 4월 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금통위 당시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던 위원은 여섯명 중 두 명에 그친 바 있다.
A은행 관계자는 "경기 대응을 생각하면 한은이 4월에 금리를 내리는 게 맞을 수 있다"면서 "5월 금통위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따라 조기대선 부근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면 4월 인하가 더 편안한 선택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당장 4월보다는 향후 관세 협상 가능성과 물가 및 환율 영향 등을 금통위가 조금 더 고민할 것이란 분석도 여전하다.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일단 수출의 경우 금리 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고, 경제에 어느 정도 충격을 줄 것인지도 조금 더 봐야 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 4월에 금리 인하로 대응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내수 회복 지원의 필요성은 있을 테지만, 환율과 물가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타이밍에 대한 고민 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에 대한 관세는 아직 없다는 점도 다소 안도감을 제공하는 요인이다.
B외국계은행의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강도가 세지만, 반도체는 제외됐고, 자동차도 이미 나온 25% 외에 추가 관세는 없는 만큼 일단 우리 경제에 대한 충격은 다소 완충될 수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물가 상황과 이에따른 연준의 향후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도 한은의 고민을 더 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관세가 발표한 대로 시행된다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연준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도 불확실해졌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jwoh@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