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에 유독 취약한 日증시?…"충격 얼굴로 얻어맞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글로벌 무역 전쟁 우려에 각국 증시가 충격을 받은 가운데 일본 증권가에선 현지 주식시장이 거래시간과 매크로 헤지펀드 거래, 엔화 강세 등 요인으로 불확실성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7일 연합인포맥스 세계주가지수(화면번호 6511)에 따르면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지난주 미국 상호관세 발표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개장 전에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주요 지수 선물 거래가 중단됐고, 닛케이225 지수는 장 초반 한때 8% 이상 낙폭을 키운 뒤 약세를 일부 되돌렸다.
일본 증시 전문가들은 현지 주식시장 약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르다며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이들은 먼저 일본 증시가 한 주의 첫 번째 거래일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장하는 주요 주식시장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일본 증시가 주말 동안 나온 세계 뉴스들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미국 상호관세 발표가 기존 예고된 것보다 한 시간 뒤로 미뤄져 미국 증시 영향 없이 곧바로 일본 증시부터 반영됐다고 전문가들은 토로했다.
마츠이증권의 쿠보타 도모이치로 수석 애널리스트는 "도쿄 증시는 항상 얼굴로(정면으로) 얻어맞는다"는 현지 증권가의 씁쓸한 농담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또 대부분이 매크로 헤지펀드인 유럽 투자자들이 최근 일본 증시 폭락을 주도했다고도 보고 있다. 매크로 헤지펀드는 개별 종목보다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롱(매수)이나 숏(매도) 포지션을 잡아 수익을 내는 기관 세력이다.
일본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에만 유럽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북미 투자자들의 6배에 가까운 7천740억 엔(7조7천억 원) 이상 순매도했다고 추산된다.
UBP인베스트먼트의 즈헤르 칸 수석 펀드매니저는 "일본은 이 시간대에서 가장 유동적이고 숏 포지션을 취하기 쉬운 시장"이라며 "아시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가 있다면 일본이 바로 그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일본 기관이 수동적인 투자자이기 때문에 하락 시 매수하거나 정점에 매도하려고 해도 글로벌 매크로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도카이도쿄연구소의 사와다 료타로 수석 애널리스트는 "그들(유럽 투자자들)은 최악을 예상하고 매도하고 있다"며 "도쿄는 그들의 자비에 따라 휘둘리고 있다"고 꼬집어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매크로 헤지펀드조차 일본 관세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숏 포지션을 급하게 확대한 부분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노무라증권의 스다 요시타카 크로스에셋(교차자산) 전략가는 "지난주 상호관세 발표 후 일본 증시가 하락한 것은 매크로 헤지펀드의 일본 주식 숏 포지션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가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주(상호관세 발표 전)까지 유럽과 미국에 기반을 둔 매크로 헤지펀드의 일본 주식 숏 포지션은 작년 여름 공격적인 공매도로 역사적 혼란이 있었던 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었다"며 "지난 2거래일 동안 매크로 헤지펀드는 순매도 포지션을 확대하고 일부 매크로 헤지펀드는 일본 주식을 추가로 매도했다"고 전했다.
미쓰이스미토모DS자산운용의 이치카와 마사히로 수석 연구원은 "일본의 주식 시장이 매도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때때로 취약해진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일본이 자본 통제가 없고 자유롭고 개방된 시장이기 때문에 외국인 유입과 유출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최근 엔화의 강세도 일본 주가의 변동성을 키운 주요 요인이라고 짚었다.
일본 제조업체는 미국으로의 해외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엔화가 약하면 수출이 늘어나지만 엔화가 강하면 일본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4일 장 중 한때 144.549엔까지 떨어져(엔화 강세) 지난해 10월 이후 약 6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츠이증권의 쿠보타 도모이치로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미국 달러로 사업을 한다"며 "엔화 강세로 투자자들이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와 전자제품 주식을 매도하게 됐다"고 봤다.
한편, 전 거래일 미국 주요 주가지수들이 5%대, 유럽 지수들이 대체로 4~5%대 하락 마감한 데 이어 이날 아시아 시장에선 코스피 지수가 5%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7%의 일중 저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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