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들여 주가 띄우는데…삼성전자 트럼프發 주가 폭락 '힘 빠지네'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10% 가까이 빠져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미국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힘이 빠지게 됐다.
작년 말부터 주가 부양을 위해 자기회사 주식(자사주)을 10조원 규모로 매입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로 효과가 반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들여 쌓아 올린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관세 폭탄이 글로벌 공급망 이슈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005930]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5.17% 하락한 5만3천200원에 마감했다. 주가는 지난 2일 이후 계속 하락세를 이어왔는데, 3거래일 만에 5만8천800원에서 5만3천200원으로 10% 가까이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글로벌 관세 전쟁 우려가 커진 여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의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에도 '곧(very soon)'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생산기지가 있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 부담이 커졌다. 상호관세에서 제외된 멕시코 내 생산을 확대하는 등 공급망 재편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관세는 현지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은 물론, 소비 둔화와 시장 침체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업의 글로벌 사업에 치명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발 관세 폭탄은 뉴욕 증시 폭락과 더불어 국내 증시도 파랗게 멍들게 했다. 꾸준한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부양 효과를 노리던 삼성전자에 또 하나의 악재가 생긴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3조원 규모로 '두 번째' 매입을 진행하는 등 자사주 취득에 한창이다. 지난 2월 19일부터 오는 5월 16일까지 3개월 동안 장내 매수한다. 기간상 이제 절반 정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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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향후 1년 동안 10조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주가 부양 등 주주가치를 제고를 위해서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당시 주가가 4만9천900원까지 떨어지며 '4만전자' 오명을 뒤집어쓰자 적극 행동에 나섰다. 주가 상승은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오너일가의 재무 상태에 변수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했다.
이후 첫 번째 자사주 매입분을 전량 소각하고 두 번째 매입을 시작하며 주가가 6만원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하게 됐다. 심지어 지금과 같은 하락세가 언제 멈출지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현재 매입 중인 자사주 중 2조5천억원어치를 주주가치 제고에, 나머지 5천억원을 임직원 보상에 쓸 계획이다.
특히 첫 번째 매입 때와 달리 이번 2조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에 대해서는 아직 소각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았던 한종희 전 부회장도 "2차로 시작한 3조원의 자사주 매입도 충실하게 진행해 앞으로도 주주 중시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말했다.
지금과 같이 주가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단순 매입보단 소각이 주가 부양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차 자사주 소각 3조원 효과를 반영한 주당순자산(BPS)을 적용해 목표 주가를 상향하고 매수를 추천한다"고 밝히며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중 소각은 총 3조원 수준으로 진행해 추가로 BPS 상향 여지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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