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경쟁력 우려인가…우리銀, 업비트 제휴 '드라이브' 거는 까닭
(서울=연합뉴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회현동 우리금융그룹 본사 비전홀에서 열린 2025년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그룹사 대표와 '윤리경영 실천 서약식'을 하고 있다. 2025.1.16 [우리금융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윤슬기 기자 = 증권업 확대와 보험사 인수, 제4인터넷전문은행 투자 등 전방위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 우리금융그룹이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실명계좌 제휴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우리금융이 보이고 있는 전략적 광폭 행보에는 은행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지분투자로 얽힌 케이뱅크의 기업가치 변동에 대비할 카드가 필요하다는 내부 우려가 함께 작용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가상자산거래소 1위 사업자인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를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업비트와 케이뱅크와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이 오는 10월 종료되는 만큼, 우리은행 또한 대형 시중은행과의 협업에서 오는 기대효과 등을 고도화해 업비트 측에 어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의 제휴은행 교체 가능성을 바라보는 우리금융의 시각은 다소 복잡하다.
여기엔 우리금융이 현 제휴 은행인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라는 점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지분 12%를 쥐고 있는 주요주주다.
우선 금융권 안팎에선 업비트가 오는 10월을 기점으로 제휴은행을 케이뱅크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향후 개인에 더해 법인들의 가상자산 매매가 허용될 예정인 만큼,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게감을 갖춘 시중은행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케이뱅크 기업가치 제고엔 업비트의 '후광효과'가 결정적이었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지난해 12월 말 펌뱅킹 수수료 수익 198억원 중 179억원은 업비트 비중이었다. 전체 비이자이익 가운데 30% 수준을 차지한다.
아울러 올해 1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전체 수신액 가운데 20%는 업비트 예치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제휴은행 연장에 실패할 경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케이뱅크의 기업가치에 상당한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또한 이 지점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케이뱅크에 제휴 종료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한 대응책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 중 하나인 우리은행 입장에선 케이뱅크의 제휴 종료 가능성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향후 보유 중인 케이뱅크 지분가치가 급락할 수 있어서다.
특히, 경쟁사인 하나은행이 업비트와의 제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점은 결정적이다. 케이뱅크 지분가치 하락에 더해 우리은행의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와 직면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하나은행 측이 업비트와의 제휴 노력을 공식화한 단계는 아니지만, 내부적으로는 관련 이슈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자리를 하나은행이 채우는 것은 우리은행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며 "케이뱅크의 제휴 연장이 불가능하다면 우리은행이 직접 들어가 손실을 만회해야 한다는 게 내부 결론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실명계좌 제휴의 직·간접적인 효과가 상당하다는 점도 우리은행이 이번 제휴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앞서 최근 빗썸과 제휴를 시작한 국민은행은 지난 3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이 156조2천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요구불예금 신규 계좌 수도 지난 1월 말 3만7천480계좌에서 3월 말 5만8천573계좌까지 급증했다.
대부분 시중은행들의 요구불예금이 올해 들어 감소하는 추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나홀로 성장'을 이룬 셈이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리딩뱅크인 국민은행 또한 '빗썸 효과'에 적잖게 놀라고 있는 상황인 만큼, 1위인 업비트를 잡기 위한 은행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며 "저원가성 예금인 거래소 예치금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더해, 향후 법인들의 투자까지 가능해질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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