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IMA 8조원의 문턱은 높아야 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지난 8년간 이름만 존재했던 종합금융투자계좌(IMA)가 드디어 세상에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9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10곳의 증권사 대표를 불러 모아, 그간 당국이 고심해 마련한 IMA 가이드라인을 설명했다. 증권업계도 그간의 환경 변화에 맞춰 손질된 새 제도를 환영했다.
금융위가 마련한 새로운 제도에 업계가 놀랄만한 내용은 없었다. IMA 제도의 뼈대는 이미 2017년 마련됐기 때문이다. 세부 운용 사안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 큰 틀인 자기자본 8조라는 인가 요건도 8년 전 생겨났다.
물론 당시에는 '꿈' 같았던 숫자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덩치가 큰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이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업계에서는 매년 IMA를 떠올렸다. 그만큼 8조원이라는 숫자는 IMA의 상징이었다.
당국이 처음 초대형IB 전략을 내놓을 때만 하더라도 상위권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수준은 3조~4조원대였다. IMA 사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몸집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했다. 조 단위의 자본금 확충 계획을 세우지 않는 한, 수천억원 수준의 이익 잉여금으로도 최소 10여년이 걸릴 것처럼 보였다.
IMA는 먼 미래의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증권사와 은행 사이의 신경전도 피할 수 없었다. 증권사가 고객의 '예탁' 자산을 굴려 원금과 수익을 돌려준다는 IMA의 기본 컨셉이 은행업권을 불편하게 했다. 당시 은행 연합회는 발행어음과 IMA가 은행 고유 업무 영역을 침범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내용은 주로 2017년에 만들어진 IMA의 기본 뼈대에 근육을 붙이는 수준이다. 당국은 투자자의 원금을 지키면서도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알파를 내야 한다는 제도의 근간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목적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각종 시행령과 규정, 해석을 손보겠다고 했다.
은행 여수신 기능의 일부가 좀 더 넓게 증권사에 허용되는 만큼, 은행을 따라갈 수 있는 최소한의 자체 체력과 내부 통제 수준도 필요하기에 내년부터 이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업계는 '기대 반, 걱정 반'의 시선으로 먼저 달려 나갈 두 증권사를 지켜보고 있다. 당장 두 회사가 IMA를 통해 4조원의 고객 자금을 끌어모은다면, 쌓아야 할 충당금만 2천억원에 달한다. 탄탄한 체력 없이는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앞서 발행어음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도, 초기 3년간 이 사업에 뛰어든 증권사는 3곳뿐이었다. 2017년 11월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먼저 발행어음 사업의 포문을 열었고, 뒤이어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자리를 잡았다. 20여곳의 증권사 중 단 세 곳만이 상품을 내놓았음에도, 이러한 상황은 투자자의 선택권 제한이 아닌 금융소비자 보호 조치로 해석됐다. 그만큼 증권업계에 발행어음과 IMA는 새로운 영역이다.
업계에서는 이날 발표 전부터 협회와 당국이 긴밀한 논의를 지속해 온 만큼, 협의해 온 수준에 알맞게 가이드라인이 책정됐다고 봤다.
한 증권사의 고위 관계자는 "최초로 종투사 제도가 시행된 후 변화한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제도를 개편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IMA의 경우 업계가 목말라하던 새로운 사업의 도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발표 전부터 협회를 통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왔고, 오늘 제도 내용 역시 논의되었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세부적인 발행 한도 규제나 운용 자산 비중 조절과 관련해서도 "발행 한도 제한 역시 사업 시작 단계에서는 충분한 정도"라며 "현재도 규제 한도 대비 낮은 수준으로 부동산 비중을 운영 중이라 단계적으로 하향될 경우 무리 없다"고 판단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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