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모저모] 트럼프의 바다, 정기선의 바다
President Donald Trump smiles after signing an executive order during an event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Tuesday, April 8, 2025, in Washington. (AP Photo/Alex Brandon)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 "미국의 해양 패권을 다시 강하게.(REVITALIZING U.S. MARITIME POWER)"
최근 온 지구를 뒤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행정 명령이다. 해양 산업에서 미국의 우위를 회복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 시간), 이 역사적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약 4천400자가 넘는 이 발표문에서 한국 조선사들이 찾은 기회는 이 문장이다.
"미 국방부 장관은 해양산업 기반(Maritime Industrial Base) 투자에 대한 평가 권한을 갖고, 그 수단으로 '국방생산법 제3조(DPA Title Ⅲ)'까지도 포함한다."
즉,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부에 해양산업 전반을 키우기 위해 어떤 수단들이 가능한지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그 수단 중에는 '국방생산법 Ⅲ'을 통한 직접 투자나 생산 역량도 확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리타임(Maritime)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는 중립적이다. 상업적 해운 산업을 비롯해 조선업, 나아가는 해군력과 해양 인프라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중국 해양 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뚜렷한 이번 명령에서,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명확한 기회를 포착했다.
발표된 지채 하루가 된 시점일까.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이 행정 명령의 팩트시트를 게재했다. 사족 없이 링크만 복사된 글이었지만, 그가 이 팩트시트를 공공연하게 공유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HD현대의 방향성을 보여줬다.
물이 들어왔으니,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노를 저어야 한다. 아니, 이미 노를 젓느라 무척 바쁘다. 미국 해군사관학교에 가는가 하면, 주요 기술 기업의 최고경영진들과 회동하며 HD현대의 새 먹거리 확보에 직접 발로 뛰고 있다.
지난달에는 워싱턴 D.C. 팔란티어 사무실을 찾아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책임자(CEO)와 회동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기업 팔란티어는 이미 2021년부터 HD현대와 함께 '조선소의 미래(Future of Shipyard, FO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업의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하는 해당 사업은 빅데이터를 비롯한 인공지능(AI), 자동화 등을 통해 현장 생산성을 향상하고 '지능형 조선소'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D.C.에서 차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도 찾았다.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필두로 한 전방위적 미국 시장 공략은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4일 미국 인공지능(AI) 방산기업 안두릴과 무인수상정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7일에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도 MOU를 맺으며 '함정 동맹'을 체결했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 해군이 최근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물량의 3분의 2를 건조하는 등 대형 상륙함 및 경비함 전량을 만들고 있다. 헌팅턴 잉걸스가 해외 조선사와 MOU를 체결한 것은 HD현대가 처음이다
한국 조선업이 미국의 전략산업에 포함되는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의 캐피탈마리타임은 현재 HD현대삼호와 6척, HD현대미포와 14척의 컨테이너선 주문을 논의하고 있는데, 총 20척인 이번 계약의 금액은 2조3천억원에 달한다.(연합인포맥스가 2025년 4월 3일 오후 4시 51분 송고한 'HD현대삼호·HD현대미포, 2조3천억 규모 초대형 수주 눈앞', 4월 7일 오후 1시 26분 송고한 '美관세폭탄, 韓조선 호황 부르나…中겨냥 항만세에 해외선주 '똑똑''제하 기사 참고)
캐피탈마리타임의 에반겔로스 마르나키스 회장이 한국 조선사를 택한 데는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다시 백악관의 팩트시트로 돌아와서.
"전 세계 선박의 0.2%만이 미국에서 건조되지만, 중국은 74%를 건조한다. 전 세계 상품 운송에 사용되는 컨테이너 0%가 미국에서 건조되지만, 중국은 96%를 건조한다. 미국 내 선박-육상 크레인의 0%가 국내에서 건조되지만, 중국은 80%를 건조한다."
조선 1위가 아녀도 괜찮다. HD 현대엔 '더 나은 차선'이 있다.
(산업부 김경림 한종화 기자)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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