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시장, 지방銀 파산 이후 최대 변동…"펀드세력 매매 축소"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미국 국채 시장이 불안정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혼란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일시적으로 급등하자 손실을 본 펀드 세력 등이 거래를 축소하면서 시장 유동성이 급감해서다.
16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랜 시간 누적된 방만한 재정 운영 속에 팽창한 미국 국채 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며 "적절한 규제의 방향이 다시금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美 10년물 금리, 23년 만의 변동성…유동성 급감
실제로 미국 장기 금리의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4.3%대 초반에서 움직였다. 앞선 주말에는 일시적으로 4.6% 근처까지 급등(채권 가격 급락)하며, 주간 상승폭이 0.5%포인트에 이르러 23년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주 들어서는 매도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나 시장 참가자들의 경계심은 여전하다.
JP모건의 금리 전략 책임자 제이 배리는 "미국 국채 시장의 유동성은 관세 상호주의 발표 전 수개월간 수준에 비해 40% 이상 낮은 상태"라며 "시장에서 원활한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유동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유동성은 실제 형성된 국채 금리와 이론적인 적정 금리 간의 괴리 정도 등으로 측정된다. 유동성이 부족하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거래하기 어려워지고, 가격 변동성은 커지게 된다.
미국 장기 금리의 일중 변동 폭을 보면, 지난주에는 0.2~0.35%포인트 수준의 큰 움직임이 이어졌다. 이러한 변동성은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과 그 여파로 인한 시장 공황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는 미국 국채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에 기인한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자기자본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대형 은행들은 보유한 채권을 바탕으로 한 마켓메이킹 업무가 어려워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채 입찰에서 은행 및 증권사 등 딜러의 구매 비율은 리먼 사태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반면 헤지펀드·투자신탁·머니마켓펀드(MMF) 등 펀드 세력의 비중은 7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펀드들은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이 얕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펀드들의 철수로 유동성이 고갈되며 금리가 급등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국채를 대량 매입해 금리를 억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번 금리 급등 국면에서도 금리 하락에 베팅했던 펀드들의 손실이 확대되며,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JP모건 CEO "연준 개입은 나쁜 전략"…SLR 규제 완화 초점
국채 시장이 다소 안정을 되찾은 배경에는 지난 주말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필요시 긴급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다.
하지만 결국 연준에 의존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시장 혼란이 있을 때마다 연준이 개입하는 건 좋지 않은 정책 아이디어"라며 "미국 대형 은행들에 부과된 여러 자기자본 규제를 재검토해, 국채의 매매 중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적으로는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완화가 핵심 이슈다. 이는 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자기자본 비율 계산에서 제외해 국채 거래를 더 용이하게 하도록 하는 조치다. 코로나 위기 시기에는 한시적으로 완화됐으나 2021년 봄에 원상 복귀된 바 있다.
최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모두 규제 재검토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무차관을 지낸 넬리 리앙은 펀드의 대규모 환매 발생 시 혼란 방지 메커니즘이나 과도한 레버리지 억제책 등 시장 개혁안의 꾸준한 실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 발행 잔액은 2024년 말 기준 28조 3천억 달러(약 4경 400조 원)로, 리먼 사태 전의 6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잇따른 위기 대응과 평상시의 재정 확대 정책이 반복된 결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채가 안정적으로 소화되고 원활히 거래되기 위해서는 전체 보유의 30%를 차지하는 해외 투자자와 고빈도 매매 펀드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 혼란은 미국 재정·금융 시스템의 중심인 국채 시장의 취약성과 그 복구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syyoo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