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DSR] 전세는 어떻게 집값 떠받쳤나
(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 집값을 떠받치는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세 대출은 매매와 직접적 연관이 있지만 대출 규제를 우회할 수 있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주택가격 상승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국토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전세 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전세 통한 유동성 공급, 주택 매매가 상승 유발"
17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주택시장 변동성 확대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대폭 강화했음에도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은 유동성 규제를 도입했음에도 시중에 공급된 유동성이 줄어들지 않았는데, 이는 상당부분 전세자금 대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택 매입자에 대한 대출을 직접 규제하더라도, 세입자 전세자금을 활용해서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 가격 상승기에 주택 매입자 중 자기자금이 부족한 사람은 전세를 통해 주택을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전세가율이 70%라고 가정하면 임대인은 주택가격의 30%만 부담해도 집을 보유할 수 있다.
집값이 상승하는 경우 임대인은 자기자금 부담이 줄어드는 등 자본이득을 얻고, 50% 이상 상승하는 경우는 순수 수익으로만 자기가 부담한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
[출처 : 국토연구원]
반면 임차인의 경우도 자기자금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데, 금리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는 주택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전세대출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은 가격 상승기에는 전세와 매매 자금 구조가 시장의 주요 유동성 공급 경로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 갭투자·전세가격, 주택 가격과 밀접한 관계
국토연구원은 실증분석 모형에서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파악했다.
양의 상관관계란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인데, 전세가격이 움직이면 매매가격도 동행했다.
따라서 전세가격 상승은 주택 구입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늘려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출처 : 국토연구원]
갭투자도 주택가격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졌다. 갭투자자가 낮은 투자비용으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주택가격 상승에 기여했다.
전세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주택가격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졌는데, 갭투자의 경우 수도권에서 더 큰 양의 상관관계를 지녔다.
또 갭투자는 변동폭이 큰 시기 주택가격에 더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변동시기에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 때문에 갭투자자들이 더욱 활발히 활동한다고 볼 수 있다.
[출처 : 국토연구원]
주택매매 가격 지수와 전세가격 지수도 동행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4년부터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우상향 추세를 보였으나, 2020년 이후 집값 급등기에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이 폭등했다가 이후에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국토연구원은 전세자금 대출이 전세 시장 내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시장의 변동성과 불안정성을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전세자금 대출 DSR 등 규제가 필요하지만, 일괄적 DSR 규제보다는 저소득층과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토연구원은 "전세자금 대출은 단기·신용대출의 성격과 임대료 성격이 혼재돼있으나, DSR 제도가 일괄 적용되면 장기 원리금 상환 대출로 간주될 수 있다"며 "차별화된 평가방식과 단계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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